스마트폰을 쓰는 은행장들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은행의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절반이 아이폰, 옴니아2 혹은 블랙베리폰을 쓰고 있다.
하지만 사적인 자리에서 "잘 쓰고 있으세요?"라고 물어보면 "전화와 문자만 잘 쓰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스마트폰을 구입한 이후에도 기존에 쓰던 휴대전화를 계속 쓴다는 은행장도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다운받고 이를 활용하는 은행 CEO는 아직 보지 못했다.
박용만 (주)두산 회장이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재계의 CEO들이 아이폰을 직접 쓰고 그 편리함에 대해 예찬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들은 최근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중 하나인 트위터를 통해 소통과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은행장이 트위터를 한다는 이야기도 아직 들리지 않는다.
국민은행 등 다수 국내 은행들은 29일 공동개발을 통해 윈도모바일 기반 스마트폰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았다.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돼 휴대전화 시장을 뒤흔든 지 다섯 달이 지나서야 서비스가 본격화 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기반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은 은행은 아직 손에 꼽힌다. 윈도모바일과 아이폰, 안드로이드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모두 하는 은행은 하나은행 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출시해줘서 고맙다고 해야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업권과 비교하면 너무 느린 대응이다. 증권업계만 보더라도 대부분 업체들이 관련 애플리케이션 출시를 이미 마쳤다.
게다가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된다는 이야기는 작년 내내 뉴스에 오르내렸다. 미리 준비 할 시간은 충분했다. 하나은행과 기업은행이 아이폰 도입 한 달 만에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한 은행 임원은 "스마트폰이 출시되니 준비하자는 건 CEO가 결정하는 부분"이라며 "은행장이 스마트폰에 관심이 없는데 어떻게 미리 대응 하겠냐"고 토로했다. 스마트폰으로 전화와 문자만 이용하는 은행장들을 생각하면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손 안의 컴퓨터'라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기존 휴대전화로도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뱅킹을 못 쓰는 고객을 생각하면 '금융권의 삼성전자'만큼 '금융권의 박용만'도 절실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