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반대와 시중자금 단기화 비판 극복이 과제
정부가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국고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 검토하다 유보했던 단기 국채 발행을 다시 추진하는 것이다.
23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단기 금융시장 개선 차원에서 단기 국채 발행을 검토키로 했다.
국채는 만기 1년을 기준으로 단기와 장기로 나뉘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선 만기 3년, 5년, 10년, 20년 등의 장기 국채만 발행, 유통되고 있다. 반면 1년 이내의 국고채는 발행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단기 금융 시장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단기 금융시장의 지표 금리를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단기 국채 발행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의 구상에는 1년 물 뿐 아니라 3개월이나 6개월 물까지 포함된다.
1년 전 추경편성 때 검토했던 단기 국채가 추경 예산 확보를 위한 수단 확보 차원이었다면 이번엔 시장 개선 차원 성격이 짙다. 무엇보다 단기 금리를 대표하는 지표가 없어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정부의 판단이 깔려 있다.
현재 3개월 물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가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대표금리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얼마 전 기업은행이 1조원이 넘는 CD를 찍으면서 금리가 크게 떨어진 게 대표적이다.
발행이 불규칙하고 유통 물량이 제한적인데 향후 물량은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CD가 예대율 산출하는데 포함되지 않아 은행들이 발행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일부 국책은행만 발행을 주도하면 시장의 기반이 더 취약해질 수 있다. "조작 위험이 있는 CD금리가 지표금리로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는 정부 내 판단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외환과 기업은행에서 금리 기준으로 삼는 코리보(KOLIBOR)는 실세 금리가 아니다. 국내 14개 은행의 기관별 금리를 통합 산출하지만 실거래가 없어 대안이 되지 못한다. 코픽스(COFIX)도 한 달에 한번 나와 지표금리로 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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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는 "단기 금리를 대표하는 지표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정부가 인위적 지표를 만들 수는 없지만 일정한 물량이 공급돼 단기 국채의 유통금리가 형성되면 시장의 기준 금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3년 물 국고채가 장기 금리를 대표하듯 단기 국고채가 단기 금리를 대표할 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정부 내 공감대는 이뤄졌지만 실제 단기 국채가 발행되기까진 변수가 적잖다. 금융위는 적극적이고, 기재부도 긍정적이다. 넘어야 할 벽은 한국은행이다. 일단 단기로 발행되는 통화안정증권(통안채)과 충돌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그간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경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중 자금이 단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자금 시장의 개선 대신 자칫 자금의 단기 부동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