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은의 국회대책은 독회(讀會)?

[기자수첩]한은의 국회대책은 독회(讀會)?

송정훈 기자
2010.06.20 10:31

한국은행 임원과 국장들은 지난 주 독회(讀會)로 바쁜 한 주를 보냈다. 독회는 책이나 글을 여럿이 모여 함께 읽는 모임. 독서의 계절도 아닌데 무슨 모여서 책을 읽느냐고 하겠지만 임원들과 국장들이 자료를 읽으면서 회의를 하는 자리였다. 바로 21일 임시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를 위해서다.

한은 임원들과 국장들은 독회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업무보고 내용과 문구를 조정한다. 독회는 통상 부총재가 주최하고 국장급 인사들이 모두 참석한다. 독회의 진지함과 달리 머리가 희끗한 임원과 국장들이 돌아가며 자료를 읽는 모습을 생각하면 얼굴에 웃음이 감돈다.

한은 내부적으로 독회를 독특한 조직문화와 연결 짓기도 한다. 독회가 수동적인 조직문화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한은의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데 인색한 조직문화와 맞아 떨어진다는 얘기다.

한은 한 관계자는 “독회는 대외 자료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어떤 사안에 대해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는 문화와도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한은에 금융안정 기능을 부여하는 한은법 개정안 통과 여부가 다시 관심거리다. 아직까지 이번에도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한은의 위상 확대가 요원한 셈이다.

지난 4월 당정은 이해당사자간 이견 조율을 전제로 개정안 논의를 무기한 보류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당사자간 합의점을 찾을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한은의 소극적인 대응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한은의 대응은 국회와 한은법 개정안 태스크포스(TF)에 공식적으로 의견을 밝히는 수준이었다. 논의 자체도 금융위기를 계기로 국회에서 처음 시작됐다. 한은이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하늘이 준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도 들린다.

한은은 "원래 힘이 없는 조직"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다른 관계자는 "법적으로 독립성을 보장받지만 국내 여건상 독립적이지 못한 태생적 한계가 있다"며 "행정부와 달리 법률안 제안권 등 아무런 수단이 없는 한은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은 임원들과 간부들의 독회는 다음 그 다음 국회에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한은이 앞으로 제 목소리를 내면서 스스로 위상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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