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note]매크로 요인을 극복한 운용사 실력 평가가 중요
더벨|이 기사는 08월05일(11:44)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탈조합을 막론하고 최근 사모투자시장에서 '돈 받기' 작업이 한창이다.
대규모 빚(채권발행)을 내서라도 자금을 풀겠다는 정책금융공사가 무려 1조5000억원을 투입하면서 먼저 불을 지폈다. 곧바로 국민연금이 9000억원 자금배분을 단행했고 지난 주에는 우정사업본부가 블라인드펀드 운용사 선정계획을 에버리치(우본 자금운용팀 홈페이지)에 공고, 시장을 달궜다. 여름 내내 펀드결성 제안서 쓰느라 휴가도 못간다는 운용사(GP)들의 넋두리(?)가 빈 말이 아니다.
투자기관(LP)들은 위탁운용사를 뽑을 때 크게 '트랙레코드', '펀드매니저의 자질과 레퓨테이션', '딜 파이프라인' 3가지를 평가 기준으로 쓴다. 그러나 실제로 운용사 선정결과가 나오면 '제4의 요인'이 미확인 루머 형태로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이른바 특정 LP에 대한 GP의 정치적 영향력과 인맥이다. 제안서를 내고도 떨어진 운용사가 많거나 아니면 전혀 새로운 운용사가 주목을 받을 때 생기는 현상이다. 특히 최근 정부 부처에서 주도하는 성격의 자금이 시장에 많이 풀리다보니 이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따져보면 자금을 푸는 LP들, 정확히는 투자담당 실무자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운용사를 뽑을 때마다 적정기준으로 뽑혔는지 충분한 이유와 소명자료를 준비해놔야 내부 혹은 외부감사 과정에서 꼬투리를 잡히지 않는다. IRR기준 과거 수익률만 보고 운용사를 뽑으면 "왜 새로운 운용사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느냐"고 볼멘소리가 나오고, 그렇다고 신규 운용사를 풀(Pool)에 집어넣으면 "무슨 인맥관계로 그 회사를 뽑았느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감내해야 한다.
펀드레이징 철마다 빠지지 않는 이런 논란을 단번에 해결하는 방법은 결국 '숫자'뿐이다. 이른바 시간이 지난 뒤 운용사들이 내놓은 수익률만 좋다면 모든 게 해결된다.
선정과정에서 논란이야 어쨌든, 그 회사가 운용을 잘해서 기대이상의 수익률을 올렸다면 LP든, GP든 모두가 행복해진다. GP 입장에서도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았든, 비싸게 사서 더 비싸게 팔았든, 적대적 M&A였든 아니였든, 그로쓰 캐피탈투자였든 계열사 투자가 됐든, 중요치 않게 된다. 모든 사모투자펀드들이 그토록 IRR에 목숨을 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숫자가 정말 전부일까. 숫자에도 '질'이 있다. 단순히 몇% 수익을 냈느냐로는 담아내지 못할 사연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사모펀드 시장에서 특정연도에 결성된 펀드 수익률이 높다는 '빈티지'(Vintage)가 거론되는 것은 대부분 '매크로 요인' 때문이다. 마치 특정 생산연도에 일조량과 습기가 적절해 좋은 와인이 한꺼번에 생산되듯, 주식시장에 유동성이 풀려 주가상승률이 높았다거나 외환위기(IMF)와 같은 초대형이벤트가 발생했다면 한꺼번에 고수익 펀드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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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숫자가 과연 운용사의 실력일까. GP들이 펀드 결성시기를 마음껏 선택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풀이 좁은 국내 사모투자시장은 LP들이 자금을 언제 푸느냐에 따라 대부분의 펀드결성 시기가 정해진다.
A라는 운용사가 이벤트 효과로 IRR 20%이상을 냈고, B라는 운용사가 매크로 분야에서 악재가 발생했지만 이를 꾸준히 관리, IRR 14~15%를 냈다고 치자. 숫자상으로는 A사가 높은 점수를 받겠지만 수익의 질을 놓고 본다면 B사의 실력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항상'우연한 대박' 이 터지지 않을 것이라면 악재를 관리하고 보완할 수 있는 운용사가 더 믿음직하지 않나 싶다.
2004년 말부터 설립된 초창기 PEF들이 서서히 청산시기를 맞고 있다. 대부분 자랑할 만한 투자종목 몇몇과 그곳에서 뽑아낸 몇%의 수익률이 나올 것이다. 또 그 수치들이 향후 운용사들의 트랙레코드로 길이길이 남게 된다. 하지만 한꺼풀만 더 속내를 벗겨 어떻게 딜소싱을 했고 어떻게 수익을 냈는지, 사모펀드의 손을 거치고 난 뒤 그 회사가 얼마나 가치가 높아졌는지까지도 한번쯤 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