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동양건설이 답해야

[기자수첩]동양건설이 답해야

오상헌 기자
2011.05.03 14:07

# 지난달 중순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을 만났다. 이 행장은 "삼부토건을 포기하고 라마다 르네상스호텔만 갖고 장사하실 생각이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조 회장은 선뜻 "르네상스호텔을 내놓겠다. 법정관리를 철회하겠으니 채권단도 지원해 달라"고 했다. 뜻밖의 답변에 이 행장은 적극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 지난달 29일 서진원 신한은행장이 최윤신 동양건설산업 회장과 독대했다. 서 행장은 "기업 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이 있어야 채권단도 도와줄 수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철회 의사가 있다"며 "법정관리로 간다"던 그간의 일관된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기대했던 구체적인 대주주 지원 약속이나 자구안을 제시하진 않았다.

채권단이 현재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기업정상화 협상은 두 은행장과 건설사 회장들 사이에 오간 대화 그대로 극명히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부토건의 경우 법정관리 철회 기대감이 높다. 반면, 동양건설의 운명은 오리무중이다. 삼부토건과 달리 동양건설이 뚜렷한 자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동양건설이 정상화 의지가 강한 삼부토건의 목줄까지 쥐고 있다는 점이다. 두 건설사를 벼랑 끝으로 내몬 서울 내곡동 헌인마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개발 사업이 양측의 중첩적 채무인수 관계로 얽혀 있어 생긴 딜레마다. 동양건설이 무너지면 삼부토건도 벼랑 밑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여전히 동양건설의 기업 정상화 의지엔 물음표가 달린다. "법정관리 철회 의사는 '립서비스'인 것 같다", "의사는 치료비용을 분담해서라도 살리겠다는데 환자가 돈이 없다고 버티는 상황"(채권단 관계자)이란 말이 나온다.

동양건설의 입장이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삼부토건과 달리 담보로 맡길 보유 자산이 시원치 않다. 대주주 입장만 고려하면 망가진 회사에 돈을 쏟아 붓느니 우량 회사만 거느리고 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대기업의 꼬리 자르기'란 비난은 잠시 견뎌내면 그만이다.

하지만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자 모두에 손해를 입히고 혼자만 살겠다는 생각이어선 곤란하다. 이제 동양건설이 답할 차례다. 시공능력 순위 34위(삼부), 35위(동양) 건설사가 동시에 무너지면 건설업계 전반이 흔들 수 있다. 법원의 법정관리 개시 결정까진 영업일 기준으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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