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법 개정안이)충분하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렇다고 충분하지 않으니까 이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는 절대로 말씀을 드리지 않겠다. 중앙은행의 역할이랄까 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그나마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가져왔으면 좋겠다."(13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 간담회)
"최종대부자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한국은행)도 최소한의 정보는 갖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18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최고경영자(CEO) 조찬강연)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은 단독조사권 부여 여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조직 이기주의로 변질될까봐 제가 항상 말을 조심해서 답하고 있다", "모든 감독권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을 삼가면서다.
여기에는 금융기관 감독권을 두고 금융감독원과 한은이 주도권 다툼을 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데 대한 우려가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은법 개정안은 지난 2009년 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한 뒤 법제사법위원회에 장기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한은은 위기 시 금융기관을 조사할 수 있다. '한은의 단독 조사권'이라고 알려진 부분이다.
그러나 한은은 이를 '제한적 단독 조사권'이라고 부른다. 위기 시, 구체적으로는 '한은이 긴급히 유동성을 지원할 경우와 금감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공동검사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제한적으로 서면 조사 및 실지조사를 할 수 있다'고 돼 있어서다.
이는 기존 한은법에 있던 위기 시 조사권(65조와 88조)의 실행조건을 완화해 조사권 발동 요건을 현실화한 것이다. 긴급한 위기가 그렇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금감원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한은이 무리하게 조사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 '그나마' 제한적 단독조사권이나마 사용할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한은이 조사권을 요구하는 이유는 가장 마지막 순간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기관의 정책 준수여부를 살피는 데 목적이 있는 금융당국의 감독권과는 다른 개념이다. 정보를 받아 제재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를 분석하기 위해 현황을 파악하겠다는 조사권이다. 유동성 지원기관으로서의 '최소한의 정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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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수집의 한계는 금융당국의 협조가 미흡해서라기보다 원하는 정보가 다르기 때문에 비롯된다. 이번 개정안에서 한은이 2금융권에도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같은 이유다.
사실 한은 내부에서는 실제보다 이번 한은법 개정안 내용이 부풀려졌다는 푸념이 없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도 중앙은행이 금융안정 기능을 맡는 경우가 많은데 제한적 조사권 부여를 갖고 밥그릇 싸움으로 해석하는 것은 '충분하지 못한 논의'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