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화재보다 더 무서운 것은

[기자수첩]화재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배성민 기자
2011.06.23 09:18

# 지난 12일 엄연히 서울 강남의 한 지역인 개포동에서 불이 났다. 100여 가구가 불에 탔다. 재산피해액은 6500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한 가구당 피해액은 대략 65만원이라는 말이 된다. 자활근로대마을로 불리는 판자촌이었고 고물이나 파지를 모으는 일이 주민들의 주업이었다. 이 곳 주민들은 전재산 '65만원'이 잿더미로 변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 14곳의 상점이 불탔다. 재산피해는 5억원이 채 안 되는 4억8000만원이라고 발표됐다. 점포당 피해액은 4000만원이 채 못 된다. 지난 3월 발생한 대전의 전통 시장인 중앙시장 화재 얘기다.

공유지를 불법(?) 점유한 개포동 주민들은 차치하고라도 중앙시장 상인들은 보험혜택이나 제대로 된 피해 보상을 받았을까. 개인 사정에 따라 미미한 차이는 있겠지만 정답은 ‘아니요’다.

대부분 재래시장은 화재에 극히 취약하다. 복잡한 미로식 통로 구조로 소방차 진입도 쉽지 않고 포장재, 화학섬유 등의 연소로 고열과 유독 가스 발생도 많다. 점포가 얽혀있어 소방시설 설치도 어렵고 낡은 전기·가스시설의 무분별한 사용 및 각종 조리·난방용 기구에 노출돼 있다. 한 마디로 최악의 환경이다.

그런데다 재래시장의 경우 화재보험 가입율이 20%(2008년 기준 17.9%)를 밑돈다. 보험사도 재래시장 업소의 보험가입을 기피하고 가입할 때 보험료를 높게 매기는 것이 관행이다. 재래시장의 주된 취급품목인 건어물·야채 등은 그야말로 부르는게 값이라 보험피해액 추산도 곤란하다.

정부(중소기업청)도 이런 고민과 현실 때문에 지난해 재래보험시장의 화재 가입을 정책성 보험으로 추진, 예산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했다. 예산안에 올라갔던 금액은 약 34억원이었다.

하지만 4대강과 실세 정치인 지역구 사업 위주의 예산안이 통과되면서 이 금액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정책보험이라도 보험 혜택을 받는 이들이 부담해야 할 보험료가 있기 때문에 정부.여당이 노이로제 반응을 보이는 ‘무상’시리즈와는 거리가 있는데도 그랬다. 문재우 손해보험협회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정부로부터 애정결핍을 느낀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판자촌 주민들은 화재에 무방비 상태다. 기껏해야 관련 단체에서 나눔 활동 형식으로 안전 점검을 해주는게 고작이다. 화마로 상점 한칸이 재산의 전부인 사람과 판잣집마저 잃고 있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뒤늦게 잿더미속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려고 해도 방법이 없는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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