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요? 헤드오피스(본사)의 방침이 '법'인 외국 은행이죠".
해외 자본이 대주주인 국내 은행은 한국 은행일까, 외국 은행일까? 이에 대해 한 금융당국자가 내놓은 답이다. 외국계 은행은 사실 영업 활동이나 업무 및 규제 범위가 국내 일반 시중은행들과 같다. 그래서 '한국 은행'에 가깝다.
뿌리도 토종이다. SC제일은행은 영국계 금융회사인 스탠다드차타드(SC)가 옛 제일은행을 인수해 만든 은행이다. 미국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해 설립한 한국씨티은행과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외국계 은행들과 국내 시중은행들은 차이가 많다. 영업 창구를 찾은 일반 고객들이 당장 그렇게 느낀다. 은행들을 오가며 취재하는 기자만 해도 '외국 은행'이란 느낌이 더 강하다.
외국계 은행들이 '해외 선진 금융기법'을 들여와서가 아니다. 국내 시중은행들과는 다른 외국계 은행 특유의 '문화' 탓이 더 크다. 예컨대, 한국 금융시장의 특수성이나 한국민의 정서를 감안하지 않는 '마이웨이' 문화가 그렇다. 철통 보안주의로 상징되는 '폐쇄성'도 국내 외국계 은행의 특징이다.
외환은행을 예로 들어 보자. 얼마 전 외환은행은 임시 이사회를 열어 1조원에 가까운 고액 배당을 결정했다. 대주주인 론스타가 임명한 외환은행장은 금융당국에 "대주주가 (배당을) 원해 어쩔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이른바 '먹튀 논란'에 대한 여론의 부정적인 정서와 금융당국의 권고를 무시하고 '제 갈길'을 간 것이다.
노조원 파업 21일째에 접어든 SC제일은행 사례를 봐도 안타까운 점이 많다. 노조는 성과급제 도입 이후의 구조조정을 더 우려하고 있다. 고용 안정성을 제1가치로 여기는 한국적 특수성이 노조 파업의 배경이 되고 있는 셈이다.
노조를 두둔하려는 게 아니다. 한국 직원들의 정서를 이해하려는 사측의 노력이 아쉽다는 얘기다. "본사의 의지가 강해 어쩔 수 없다"거나 "글로벌 스탠더드에 고용안정은 없다"고만 얘기할 게 아니다. 칼자루를 쥔 사측이 진지한 대화에 앞장서야 한다. 대주주는 외국계지만 SC제일은행은 국내 직원과 고객들이 꾸려가는 은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