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은의 열린 인사와 닫힌 소통

[기자수첩]한은의 열린 인사와 닫힌 소통

신수영 기자
2011.08.12 06:51

"놀랍다, 충격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인사다."

지난 5일 보완인사를 두고 한국은행 내부에서는 이런 평이 쏟아졌다. 올해 초 40대 본부장 임명, 직군제 폐지에 이어 이번 소규모 인사에서도 파격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부국장급(2급)이 1급 승진을 거치지 않고 곧장 국·실장(1급)에 임명된 사례가 나왔다. 새 비서실장은 상업고등학교를 졸업(최종학력은 대학원)한 2급 직원이 발탁됐다. 김중수 한은 총재의 '웬만해서는 말릴 수 없는' 조직 혁신 행보의 일환이다.

총재 자신도 "매우 이례적인 새로운 시도"(5일 인사 사령식)라고 평할 정도다. 그동안 김 총재는 "'신의 직장', '철밥통' 등의 수식어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사랑받는 조직을 만들자"며 한은의 변화를 독려해왔다.

김 총재는 이번 인사에서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또 "입행 당시의 우수한 학력을 과거지사"로 두고 자신을 계발할 것과 "특정한 부서나 자리가 승진이나 보임과 상관관계가 높다는 인식"도 불식할 것을 요구했다. 해외 사무소 파견 등으로 전문성을 갖춘 직원의 발탁 인사도 실시했다.

이런 배경에는 '한은의 글로벌화'라는 그의 소신이 있다. 갇힌 시각으로는 글로벌 흐름을 이해할 수 없고, 중앙은행으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김 총재의 개혁실험은 일단 '방향은 맞다'는 평가다. 한은이 60년이 흘렀어도 여간해서는 변하지 않는 조직이며,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한다. 다만 문제는 '연속성'과 '소통'이다.

일부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4년 임기'인 총재가 떠나고 나면 지금까지의 개혁이 모두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란 자괴감 섞인 예측이 나온다. 새로운 수장이 오면서 변화를 크게 외치지만 결국 자신의 업적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발탁 인사도 중요하다. 그러나 '충격'이라 할 정도의 예측 불가능한 인사라면 조직 전체의 동의를 얻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발탁 인사의 대상이 된 이들조차 깜짝 놀랐다면 지나칠까. 닫힌 소통 속 충격 인사라면 열린 인사의 장점이 퇴색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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