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저축은행의 착각

[기자수첩]저축은행의 착각

김유경 기자
2011.09.07 16:50

"울타리를 쳐주는 것도 좋겠지만 저축은행도 경쟁력을 키우려면 오히려 규모에 맞게 규제를 풀어줘야죠."

9월 저축은행 구조조정 이후 금융당국에 바라는 것이 있는지 묻자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가 한 말이다.

요즘 저축은행들을 보면 '믿을 놈이 없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 그동안 공시한 지표로는 우량했던 저축은행들이 이번 금융당국의 경영진단에서는 사옥까지 팔아야 할 정도로 부실이 큰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수술대에 오른 저축은행들 중 일부는 도저히 손을 대지 못하는 상황이고, 일부는 수술비가 엄청 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저축은행들은 살아남은 후에도 문제다. 재활능력이 없지 않을까란 의문마저 든다.

저축은행들은 대부분 이번 수술대에서만 살아남으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먹거리를 챙겨주지 않겠느냐는 바람도 있다. 유흥업소, 여관 등 일부 영업지대에서는 제1금융권이 손을 대지 못하도록 울타리도 세워줬으면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다. 금융당국이 무언가 해주기를 바라기 전에 틈새시장을 끊임없이 개척해야 한다. 은행이 4시에 문을 닫아 고객이 불편해 한다면 저축은행은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인 6시 이후까지 문을 열고 있어야 한다.

장사를 하느라 은행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일수를 찍듯 발품도 팔아야 한다. 은행 PB들도 고객이 요청하면 발품을 팔아 은행이 아닌 고객의 사무실에서 환전도 해주고 예금도 가입해 준다.

물론 일부 저축은행들은 이미 이러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수십년간 적자가 없었던 지방의 한 저축은행장은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직원들에게 일수를 찍듯 현장에서 고객들과 밀착하는 시간을 늘리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야 영업하는 시장에서 돈의 흐름이 보이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업계에는 이미 시중은행을 비롯해 증권사, 대기업, 대부업체 등 다양한 업종이 사실상 발을 담그고 있다. 기존의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한 셈이이다.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저축은행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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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장

안녕하세요. 정보미디어과학부 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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