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자율개선 당부 노력 허사 은행 압박...은행 마지못해 "내리겠다"
은행 자동화기기(ATM) 수수료는 '단골' 개선 과제였다. 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에 시달렸다면 은행 고객은 ATM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은행 ATM기에서 한 번에 인출할 수 있는 금액은 100만원. 영업외 시간에 200만원이 필요하다면 두 번으로 나눠서 찾아야 한다. 인출할 때마다 수수료를 낸다. 평균 1000원 정도다.
이체 수수료는 더 큰 부담이다. 자행간, 타행간 이체 수수료로 은행은 배를 불렸다. 타행 이체 때는 1900원을 내기도 한다.
이 때문에 ATM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다. 은행이 개인과 기업 고객에 부과하는 수수료는 183개. 이중 금융당국이 가장 손대고 싶었던 게 중도상환수수료와 ATM 수수료였다.
ATM은 전체 은행거래 비중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대표적인 은행 서비스다. 일선 영업창구(10%)는 물론 인터넷뱅킹(30%) 비중보다도 높다. 중산층과 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거래 방법이란 의미다.
금융당국은 지난 달 초 여수신 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은행들에 자율적으로 수수료 체계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다. 금융당국이 직접 간여하기 보단 은행들이 스스로 수수료 개선책을 찾아보란 얘기였다. 하지만 은행권은 반응은 시큰둥했다. 우리은행 정도만 그나마 '액션'을 취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달 21일부터 타 은행 고객이 ATM에서 현금을 인출할 때의 수수료를 1000~1200원에서 700~800원으로 내렸다. 또 당일 2회 이상의 거래에 대해선 인출횟수와 관계없이 수수료를 600~1000원에서 300~500원으로 50% 인하했다. 나머지 시중은행들은 '모르쇠'로 버텼다.
그러자 금융당국이 다시 나섰다. 은행 순익에 대한 비판 여론, 카드사 수수료 인하 등이 맞물린 때로 타이밍을 잡았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금융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서민들이 상대적으로 더 어려워져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며 "은행들이 수익성도 걱정해야겠지만 사회적 책임에 대해 인식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자율'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보다는 자율을 강조하는 수위가 강해진 게 사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수 고객들은 수수료를 거의 내지 않는 반면 은행 거래가 뜸한 저소득층만 수수료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며 "수익성보다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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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시중은행과 수수료 관련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 은행들은 각자의 답안지를 써가야 한다. 큰 틀에서 △타행 기기 사용 △소액 인출 △2회차 이후 인출 등 3가지 문제에 대해 답을 내야 한다. 불만이 가장 많은 항목들이다. '최소 50%'는 써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 안팎의 분위기다. 우리은행 정도 수준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러 사안을 고려해 수수료 인하 규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들의 속내는 편치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ATM 수수료에는 보이지 않는 원가가 많이 들어간다"며 "사회적 소외계층에 대해 수수료를 이미 낮췄는데 추가로 내리면 '원가' 자체가 무의미해 지고 밑지는 장사(서비스)를 하게 되는 셈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