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지방의 한 경찰서 수사관이 화폐위조범을 검거해 한국은행 포상을 받게 됐다. 그는 '한은은 돈을 찍어내는 데니까…'라며 은근히 상금을 기대했다고 한다. 부하직원들과 미리 회식까지 했다. 그가 표창장과 함께 받은 부상(상금)은 150만원. 한은 지방본부까지 가느라 든 차비에 여관비를 더하니 오히려 적자였다.
상금이 적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화폐위조범 검거는 일선 경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임무다. 이렇게 보면 사실 한은이 굳이 상금을 주어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한은은 약간의 물질적 부상을 더해서 격려도 하고 더 많은 검거가 이뤄지도록 독려한다는 취지에서 (워낙도 많지 않은) 예산을 쪼개 격려금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쉬운 것은 이 과정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부재다. 수사관은 왜 문의를 하지 않고 혼자 생각했고 한은은 이걸 왜 미리 안 알려줬을까. 만일 수사관이 이 액수를 미리 알았다면, 한은이 이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공감을 얻었다면…. 어쨌든 한은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했는데 일선에서는 '한은이 이게 뭐냐'는 불만이 나오고, 그 불만이 전국을 돌고 돌아 서울까지 올라온 셈이다.
한은은 지난해 물가 관리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내외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국'을 신설키로 하면서 '물가 책임을 질 생각은 하지 않고 물가 관리의 어려움만 알리겠다는 얘기냐'는 비난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한은이 지난해 물가에 고민이 없을 리 없다. 할 말도 많을 것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신년사에서 이를 두고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고 지난주 기자간담회에서는 "일반 국민의 기대심리가 4%로 전문가 집단(3.4%)과 괴리가 나는 것이 큰 관심거리이자 숙제"라며 "일반 국민에는 원유나 식료품 물가 상승 등이 크게 와 닿는 반면 중앙은행은 좀 더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변수를 보기 때문 아닐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은만큼 사회 전 계층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하는 기관도 없고, 그러다보니 이것저것 한마디씩 거드는 사람도 많아 앞서 경찰관과 같은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은은 올해 커뮤니케이션국 신설을 포함한 대대적 조직개편이 예정됐다. 물가안정과 아울러 '금융안정'이 한은의 새로운 책무로 맡겨지면서다.
커뮤니케이션국이 더 커진 한은의 책무만큼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해 보다 효과적인 통화신용정책을 하는 길잡이가 될 것이냐, 중앙은행의 고충만을 일반에 알리는 책임회피의 도구가 될 것이냐는 앞으로 한은의 행보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