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조원이 넘는 가계 빚, 가파른 부채 증가 속도, 일시상환 변동금리 대출 구조'.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뇌관'인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3가지 문제점이다.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라는 점이 더욱 또렷해진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경제 규모나 국민 개개인의 상환 능력을 기준으로 주요국에 비해 높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09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5.9%다. 미국(100.2%)과 영국(110.0%)보다는 낮지만 일본(2008년 기준 80.4%)이나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77.0%)보다 높은 수준이다.
빚 갚을 능력을 보여주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다르지 않다.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9년 152.7%다. 영국(171.5%)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된 미국(132.0%)에 비해서도 높다. 일본(129.5%)이나 OECD 평균(134.1%)과 견줘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과 가처분 소득 대비 비율이 2010년 각각 86.4%와 157.6%까지 올라갔다는 민간경제연구소의 분석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 가계 빚이 여전히 '빛의 속도'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 등은 2008년 위기와 최근의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정부 부문의 개입을 중심으로 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경우 그 결과로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130%대에서 최근 110%대로 떨어졌다. 정부가 부채 흡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다.
반면, 한국은 가파른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좀체 꺾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늘어난 건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부터다. 풍부한 시중유동성에다 기업대출 수요 감소로 인한 은행의 가계대출 확대 경쟁, 부동산가격 상승 기대심리, 신용카드 산업 호황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였다.
특히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우리나라 가계부채 증가율은 연평균 24.3% 증가했다. 경상 GDP 성장률(9.5%)의 두 배를 웃돈 것이다. 주택시장 호황기였던 2005~2006년에도 가계부채 증가율(10.7%)이 GDP 성장률(4.8%)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글로벌 위기를 전후한 2007~2010년은 부동산시장이 침체국면에 접어들면서 가계부채 증가율이 다소 둔화됐지만 가계부채 증가율(8.1%)이 여전히 GDP 성장률(6.6%)을 웃돌고 있다.
독자들의 PICK!
금융당국 관계자는 "2금융권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늘고 있으나 대체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가계부채 문제를 선제적으로 관리해 OECD 평균 수준으로 연착륙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