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서민금융 소는 누가 키우나

[기자수첩]서민금융 소는 누가 키우나

김유경 기자
2012.05.13 17:23

"저축은행 두 군데에 맡겼던 정기예금을 해지해서 (산업은행에) 왔어요. 국민은행 스마트폰 예금은 금리가 높지만 한도가 있대요. 산업은행은 한도가 없다고 하더라구요."

지난주말 산업은행 여의도지점에서 만난 A씨의 말이다. S저축은행과 H저축은행이 불안하다는 소식을 듣고 A씨는 서둘러 해지를 했다고 한다. 이자 손실이 크지 않아 해지 결정을 비교적 쉽게 내렸단다.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지난해 저축은행 구조조정 때도 고객들은 시중은행을 찾았다. 그리곤 저축은행 고객을 노린 시중은행 '특판 상품'으로 갈아탔다. 헌데 이번엔 약간 다른 게 있다. 유난히 한 곳, 산업은행으로 돈이 몰린다. "저축은행 돈을 쓸어간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이유는 간단하다. 예금금리가 시중은행들의 특판상품은 물론 저축은행의 예금금리보다도 높아서다. 저축은행 고객이 굴리는 뭉칫돈은 안전한 고금리를 쫓아 흐른다. 구조조정에 놀라 저축은행에서 돈을 찾아 떠났던 고객들이 안정을 찾으면 다시 저축은행으로 돌아오곤 했던 이유다.

하지만 요즘 저축은행 고객들의 이탈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시중은행보다 1%포인트 더 많은 이자를 받기 위해 저축은행을 이용하면 구조조정 때마다 해지를 해야 하지 않을까 조바심을 냈는데 국책은행에서 더 높은 금리를 준다고 하니 '고민 끝'이다. 고객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서비스다.

그렇다고 마냥 즐거워하긴 뭔가 찜찜하다. 서민금융회사의 몰락이 서민금융 지원 축소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이다.

저축은행이 서민금융회사 역할을 못한 게 현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저축은행의 서민금융 지원에 목매고 있는 이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 역시 현실이다.

돈을 쓸어간다면 그 역할까지 함께 가져가는 게 맞다. 공격적 마케팅과 별개로 이번 건은 '첫 거래자 우대' '수신 확대' 측면이 아니라 '서민금융지원'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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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장

안녕하세요. 정보미디어과학부 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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