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비상경영, 긴축이 전부는 아니다

[기자수첩]비상경영, 긴축이 전부는 아니다

배규민 기자
2012.07.24 10:15

# 우리은행 현지 법인장은 지난 21일 본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주말에 걸려온 비상 전화의 내용은 워크숍 취소 통보였다. "워크숍이 취소됐으니 한국으로 올 필요가 없다"는 것.

이 법인장은 당초 이틀 뒤 한국에서 열릴 해외법인장 워크숍·경영전략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국내에 뭔 큰 일이 있는지…" 걱정이 앞섰다.

배경은 이렇다. 우리금융지주의 '비상경영 선포'가 출발점이다. 우리금융 산하 자회사들도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지주사가 '불요불급(不要不急)한 비용 집행 축소'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장 24일로 예정된 해외 법인장 워크숍 일정부터 재검토했다. 당초 참석키로 한 해외 법인장과 지점장은 총 28명. 하지만 많은 경비를 들여 한데 모을 필요가 있냐는 의견이 대두됐다.

결국 워크숍 대신 경영전략회의만 열고 해외에서 전략지역 법인장만 부르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실제 해외 법인장 워크숍에 주재원들의 '고향 방문길' 성격이 담겨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우리은행의 '결정'은 '비상 경영'과 맥이 닿는다. 경비 절감 차원에서다.

반면 다른 목소리도 있다. 행사 의미를 돈으로 산정할 수 있냐는 거다. 매년 열리는 해외 법인장 워크숍은 해외 법인장이 한 데 모여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다. 각국의 금융시장 현황을 공유하고 전략을 논의하기도 한다. 글로벌 경제 관련 정보 공유를 하는 장이다. 국내 경영진 입장에선 세계 각국의 상황을 생생한 현장 목소리로 직접 들을 수 있다.

이는 비용으로 산정할 수 없는 문제다. 실제 최근 모 금융지주사는 해외에서 전략회의를 열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용 이상의 성과를 얻을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물론 우리금융도 이를 모르는 바는 아닐 거다. '비상 경영'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제스처일 수 있다. 다만 '비상 경영=비용 절감'으로 비쳐진다는 게 문제다. 이렇게 되면 좋은 경영 전략도 전략의 의미를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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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현장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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