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하우스 푸어, 은행 쥐어짜서 구하기?

[기자수첩]하우스 푸어, 은행 쥐어짜서 구하기?

배규민 기자
2012.08.27 15:57

"공적인 기능도 중요하지만 은행은 수익성도 유지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위기가 왔을 때 버티지 못합니다."

대형금융지주회사 한 임원의 말이다. 그는 최근 은행들에 대한 공적인 역할 강조 분위기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연체율은 점점 더 올라가고 순이자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이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낮아지고 있다"며 "이런 식이면 적자를 내는 은행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21일 5대 금융지주회사 회장들을 불러 모았다. 김 위원장은 가계 부채 우려가 더 커지고 있으니 서민금융 지원 방안에 적극 나서라고 주문했다.

또 최근 불거진 학력 차별 대출과 서류 조작 등에 대해 질책했다. 그러면서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더욱 공적인 역할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주사 회장들은 한 달 이내 서민금융지원 방안을 제출하라는 숙제를 안고 돌아왔다.

이에 은행 담당 임원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새롭게 내놓을 방안이 마땅치 않아서다. 가계와 중소기업 대출 만기 연장, 중소기업 지원 확대 등 이미 웬만한 방안들은 다 시행하고 있다.

당국이 제안한 '다중 채무자들을 위한 유동성 지원 방안'은 실행하기가 만만치 않다. 내용은 이렇다. 은행이 조성한 기금으로 다중 채무자의 집을 매입해 대출금을 갚도록 하고 대신 채무자는 그 집에 세 들어 사는 식이다.

문제는 매입 가격이다. 낮게 책정하면 다른 주택의 가격까지 떨어뜨릴 수 있고, 높게 책정하면 은행들의 수익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와 기업이 어려울 때 은행이 도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것 역시 은행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공적인 역할만 강조해 건전성과 수익성이 훼손되면 나중에 더 많은 사회적인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은행이 망가지면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은 물론 국가의 신용등급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방적인 밀어붙이기가 아닌 당국과 금융권이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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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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