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 초선의원의 해프닝

[기자수첩]한 초선의원의 해프닝

박종진 기자
2012.09.20 15:59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했다. 무식한데 부지런하기까지 하면 '최악'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열정과 노력은 좋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고 일을 벌이면 해악이 된다는 교훈이다. 특히 무엇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경제·금융 분야라면 더 그렇다. 우리는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내지르기가 시장에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을 조장한 사례들을 얼마든지 봐왔다.

최근 국회 한 초선의원실에서 보도 자료를 냈다. '수출입은행 자금, 대기업 사금고로 전락'이라는 제목이다. 수출입은행의 대기업 여신이 총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96.2%에 달한다는 충격적 내용이다. 중소기업 지원 비중은 고작 3.8%란 얘기다. 무역금융을 책임지는 정책금융기관이 이처럼 대기업에만 자금을 공급했다면 천인공노할 만하다.

그러나 사실을 따져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먼저 수출입은행의 업무 특성상 빚어진 오해다. 수출입은행은 플랜트나 선박, 자원개발 등 대형 자본재 수출이나 해외 프로젝트에 주로 금융을 제공한다. 우리나라 산업구조상 기본적으로 대기업에 돈이 많이 나갈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중견 중소기업도 혜택을 본다. 한 대기업 밑에는 수백, 수천개의 중소기업이 각종 하청을 맡고 있다. 총 수주금액의 약 40%는 이들 협력업체에 내려가고 있다.

다음은 통계상 착시효과다. 중소기업 지원 비중을 3.8%로 분류한 근거는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으로 여신을 나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수출입은행이 시중은행을 통해 중소기업에 지원한 무역금융은 제외된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이 연대보증을 서준 경우에도 대기업 여신으로 분류돼 버린다.

때문에 중소기업 앞으로 실제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자산건전성 분류가 아닌 자금공급액 기준으로는 최근 5년간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33%에 달한다. 해외 주요 국가의 수출입은행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사실과 다른 의원실의 보도 자료에 수출입은행은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작년 취임 직후부터 매달 해외 수주현장을 누빌 정도로 강행군을 펼친 김용환 수출입은행장과 경기불황에 대비해 기업에 자금줄을 대느라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전 임직원들은 덕분에 분통을 삭혀야 했다. 담당 부서들은 해명을 하느라 업무 차질까지 빚었다. 누가 책임일 것인가.

금융 분야에 전문적 경력도 없는 한 초선의원이 어떤 의도에서 이 같은 보도 자료를 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사회적 약자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자 하는 진정성을 제대로 살리고 싶다면 먼저 경제·금융 공부를 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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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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