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위조범으로 몰리고 있는데, 실제로 처벌을 받게 되면 전수조사에서 걸린 동료 수천명이 영향을 받게 되잖아요. 동료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죠."
K은행의 대출서류 임의변경에 대한 이야기다. 일부 대출 고객들이 대출서류 임의변경과 관련 K은행을 고소해 담당 직원들이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데 그 결과를 우려하며 K은행 직원이 꺼낸 말이다.
이 은행은 지난 6일, 올해 7월말부터 집단대출 881개 사업장 9만2679좌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한 결과 대출약정서상의 기재사항 변경사례가 총 9616건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대출기간 변경은 7509건, 대출금리 정정은 1954건, 대출금액 정정은 147건, 성명 정정은 6건 등이다.
"전수조사에서 걸린 내용 변경 중에는 2000만원을 두줄로 긋고 이천만원이라고 정정한 것도 포함돼 있어요.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서류를 받다 보면 이런 사례도 나오는데 이거 수정하려고 고객분께 멀리서 오라고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K은행 직원은 이어 "고객에게 피해를 준 일도 없다"고 힘줘 말한다. 한마디로 억울하다는 얘기다.
듣고 보면 한국인 정서상 수긍이 가는 부분도 없지 않다. 사실 고객 입장에서 이천만원과 2000만원의 차이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구분해 표기하는 것은 은행의 규정사항일 뿐이다. 이 때문에 평소 은행에 갈 일이 거의 없는 고객에게 내방해달라고 한다면 짜증부터 날 일이다.
하지만 애초 문제의 소지를 만든 것은 은행이다. '피해는 없다'며 억울해할 일만은 아니다. 문제는 이미 인지됐고 답이 없지도 않았다. K은행은 사건이 확대되자 대출절차를 전산화해 임의변경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재발방지책을 바로 내놨다.
K은행의 문제만도 아니다. 국내 은행권의 가장 큰 문제는 문제를 인지하고도 곪아 터지지 않으면 '관행'으로 오래 방치한다는 데 있다. 이러한 관행을 깨지 않으면 금융선진화는 어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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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진출도 마찬가지다. 해외에서 이익을 내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문제의 소지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부터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