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민금융이 우리경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경기불황의 골이 깊어지며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됐다. 금융당국은 서민금융 실태을 파악하기 위해 민생금융지표를 만들고 햇살론 등 보다 낮은 금리의 대출상품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일련의 활동들 통해 금융권의 친(親)서민행보를 유도하는 상황이다.
사실 서민금융을 공급하는 대표적인 금융기관이 바로 저축은행이다. 1972년 설립 개시 이래, 저축은행은 지난 40여년 동안 재래시장 상인이나 영세자영업자, 저신용 서민 등 형편이 어려운 개인이나 중소상공인들에게 자금을 융통해 주는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왔다.
안타깝게도 2000년대 중반 이후, 일부 대형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 등 위험자산에 집중 운용한 결과, 경영이 부실화되고 대주주의 모럴헤저드까지 더해져 많은 예금자와 국민들에게 커다란 피해를 안겨 주었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업계는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 불법·부실경영의 책임은 당연히 1차적으로 해당 저축은행의 대주주 및 경영진에게 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저축은행 고유의 영업기반이 상실되었다는 구조적 문제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저축은행 고유 시장이었던 여관, 사우나 등 사치향락업소에 대한 일반은행의 여신금지업종 제도가 폐지되고, 개인대출시장에서도 일반은행, 카드, 캐피탈사 등의 경쟁적 진출로 인해 저축은행은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재도약을 위해 마음을 다잡고 나선 저축은행들은 자구책 마련이 쉽지 않게 됐다.
말하자면, 오늘날 저축은행은 대형금융회사와 무한경쟁을 치르는 '골목상권' 업종의 형국이 되어 버렸다. 우량대출고객이 이탈하면서 한계신용 차주들이 주고객층을 이루게 됨에 따라, 연체율이 상승하고 충당금 부담이 늘어나 수지가 악화되는 등 악순환의 덫에 빠져 있다.
서민에 대한 금융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주도의 정책적 서민금융 외에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이 조속히 정상화되어야 한다. 특히 저축은행 업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저축은행 업계가 건전하게 운영되는 상황이 우리 금융계가 바라는 그림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저축은행 스스로가 서민금융기관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고 위험대비를 철저히 하는 등 건전·정도경영을 실천하여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저축은행 자체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표적 규제산업인 금융산업의 특성상 저축은행이 설자리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말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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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불법·부실 행위를 예방하고 경영건전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강화하되 정상적 영업활동에 필요한 여건 마련 및 지원대책 등은 적극 추진해야한다. 건전한 방식으로 살아남은 저축은행에게는 독자생존이 가능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 마치 유통시장에서 기업형수퍼마켓(SSM)의 공격으로부터 골목상권을 보호해 줄 필요가 있는 것과 같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저축은행 명칭변경 문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가뜩이나 취약해진 경영여건 하에서 이름까지 바뀐다면 금융기관으로서의 신뢰도가 더욱 추락하여 나름대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온 우량한 저축은행들마저 위축·고사시킬 수 있다. 명칭문제가 저축은행 사태의 본질도 아니고 경영건전성 제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장단점을 따져 차분하게 결론을 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오늘 저축은행업계는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어제의 실패와 아픔을 내일의 발전을 위한 밑거름으로 바꿔내기 위해서 말이다. 노력하는 자에게 사회 구조적 뒷받침이 있다면 우리 사회에도 도움 주는 주체로 거듭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