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값 6% 오를 때 엔화값은 17% 하락..."올해 엔화약세 지속된다"
엔화가치를 끌어내려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일본의 '아베노믹스'에 우리경제가 멍들고 있다. 올해 '엔저·원고(엔화약세·원화강세)' 기조가 장기화되면 수출을 동력삼아 경기회복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우리경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일본기업을 압도하는 수준에 올라섰다고는 하지만 엔저·원고 현상이 지속되면 수출부진, 경상수지 흑자감소, 실물경제 타격 등 우리경제에 적잖은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원화값 6% 오를 때, 엔화값은 17% 하락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중 원달러 평균환율은 1083원으로 2011년 말 1153원 대비 1년여 만에 6.1%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엔달러 평균환율은 91.1엔으로 17% 상승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5월 25일 1185.5원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약 7.5개월 동안 10.5% 가파르게 하락했다. 이 사이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9월 14일 77.6엔을 기록한 이후 5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93엔 수준까지 20% 가까이 급등, 대조를 이뤘다.
원화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한 요인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의 양적완화정책으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우리나라에 몰린 때문이다. 경상수지 흑자, 국제신용등급 상승 등이 외국인투자자의 국내 증권, 채권투자를 유인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대내외 여건이 맞물린 엔저·원고 기조는 올해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달 31일 야마구치 일본중앙은행 부총재가 필요할 경우 추가 통화완화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엔화약세'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외환당국은 일단 엔저·원고 환율 흐름이 단기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주력 수출품목의 비가격경쟁력, 한일 간 제품차별화 정도를 고려할 때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원화가 강세를 나타낼 때 우리 수출단가가 상승하고 일본 수출단가는 하락하면서 대일 가격경쟁력이 악화됐지만 지금은 환율이 수출가격에 미치는 효과가 상당 부분 약화됐다는 게 근거다.
◇"엔저 계속되면 실물경제 타격, 활력 잃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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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수 전문가들은 엔저·원고 흐름이 장기화되면 GDP(국내총생산) 등 거시경제지표는 물론 실물경제에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환율효과가 지표에 나타나기 시작할 텐데 엔화약세, 원화강세 흐름은 수출기업의 실적에 이미 영향을 줘 주가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며 "이 흐름이 지속되면 경상수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지난해 432억5000만 달러 흑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5년째 흑자 행진 중이다. 엔화약세가 우리 기업의 수출에 제동을 걸면 경상수지 흑자폭이 축소되거나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 수석연구원은 "원화강세로 수입물가가 낮아져 물가안정을 통한 구매력이 커지는 효과보다는 수출둔화가 경상수지 흑자감소로 이어져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가 더 커 전체 경제로 볼 때 '마이너스'"라고 지적했다.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금융팀장은 "엔저가 지속되면 수출에만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수요가 줄어들면서 수입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허 팀장은 "우리나라가 일본에서 부품, 중간재, 화학제품 등을 많이 수입해 가공 후 다시 수출하는데 수출이 줄어드는 것보다 더 크게 수입이 줄어들 수 있어 경제 활력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짚었다.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하는 양상이 나타나면 지표상 무역수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실물경제 전반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지난 2004~2007년 경기호황 때 나타났던 엔저·원고 흐름과 비교해 경기가 침체를 겪고 있 현재 상황이 훨씬 더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향후 눈여겨 볼만한 변수로 적극적인 통화완화정책을 내건 '아베노믹스'가 언제까지 동력을 끌고 갈 수 있을지 여부를 꼽고 있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엔저기조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큰데 6월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정권이 우위를 점하면 양적완화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할 정치적인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