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무이자할부 축소, 사회경제적으로 바람직한 방향

[기고]무이자할부 축소, 사회경제적으로 바람직한 방향

함정식 여신금융협회 조사연구센터장
2013.03.04 07:07

올해 초부터 카드업계는 무이자할부 중단 소식으로 떠들썩했다. 소비자들은 갑작스런 중단 소식에 반발했다. 이러한 논란이 불거진 데는 무이자할부 서비스 구조에 대한 이해가 불충분한 탓이 크다.

대형가맹점을 중심으로 상시적으로 이뤄지던 무이자할부 서비스가 중단된 것은 신(新) 가맹점수수료 체계와도 연관이 깊다. 이는 지난해 말부터 실시된 신 가맹점수수료 체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한 한 과정이다.

지난해 12월22일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이 개정되면서 신 가맹점수수료 체계도 함께 시행됐다. 개정된 여전법은 카드산업의 모든 주체가 적정한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주요내용은 중소가맹점 수수료 부담완화, 대형가맹점의 부당행위 금지, 수익자 부담 원칙 등이다. 특히 대형가맹점의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고 카드사의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줄여 영세 혹은 일반가맹점수수료 인하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목적도 있다.

일부 무이자할부 서비스가 중단된 것도 이런 여전법 취지에서 비롯한다. 카드사들은 대형가맹점에게 무이자할부 비용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대형가맹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다.

그동안 무이자 할부는 대형가맹점의 매출증대에 기여했지만 대형가맹점의 요구 등으로 무이자 할부서비스 비용을 카드사가 전액 부담해왔다. 대형가맹점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카드사에게 무이자할부에 소요되는 비용 대부분을 전가했다. 입점업체에게 과도한 판촉비용을 요구해 오던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이는 일반 혹은 중소가맹점에 높은 수수료율로 전가되는 부작용까지 낳았다.

전업카드사의 영업비용 중 마케팅비용은 2011년 3조2500억원에서 2012년에 3조8300억원으로 17.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케팅 비용 중 상당부분은 무이자 할부 비용이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개정된 여전법과 신 수수료체계에서는 카드사들이 출혈경쟁을 각오하지 않는 한 카드 회원에게 이벤트성 무이자할부 등 마케팅 활동을 자제할 수밖에 없다. 신용카드사들의 과당경쟁을 막아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건전한 신용카드시장을 조성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대형가맹점도 수수료 부담 경감을 목적으로 카드사에 경제적 이익 등 부당한 대가를 요구할 수 없다. 대형가맹점은 이제 중소가맹점과의 상생 차원에서 이런 변화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손해가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회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할부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합당한 이자비용을 지불하면 과도한 소비 행태가 지양돼 심각한 가계부채를 줄이는데도 도움이 된다. 또 할부비용은 수익자 부담 원칙상 할부구매를 하는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 카드사들의 무리한 출혈경쟁은 카드대출 등에도 전가될 우려가 있는 만큼 과도했던 부가서비스 혜택이 정상화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무이자 할부의 혜택은 대부분 신용도가 높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점도 문제다. 신용도가 높은 고객일수록 카드한도가 높고 신용등급 7등급 이하에게는 원칙적으로 카드발급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비합리적인 부의 이전은 경제민주화를 지향하는 시대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체크카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신용카드 회원에게 과도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선진 카드시장의 일반적인 추세에도 역행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해관계자를 모두 만족시키는 제도 도입은 불가능하다. 영세 중소가맹점의 수수료 인하, 카드사의 과도한 마케팅 경쟁 지양을 통해 건전한 소비문화를 조성하려는 신 가맹점수수료 체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도 대승적 차원에서 금융소비자의 이해와 협조, 그리고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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