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재형저축 열풍, '부메랑' 안 되려면

[기자수첩]재형저축 열풍, '부메랑' 안 되려면

배규민 기자
2013.03.11 07:48

"실시간으로 줄 세우기를 하는데 어떻게 안 팔겠습니까. 사촌의 팔촌이라도 찾아야죠."

은행들의 재형저축 판매 과열 양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18만 년 만에 부활한 재형저축은 출시 이틀 만에 50만좌가 팔려나갔다. 고금리와 비과세혜택이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켰지만, 은행들의 불꽃 튀는 경쟁 없이는 불가능한 수치다.

실제로 A은행의 경우 판매 첫 날 전국 1000여 개의 영업점별 재형저축 가입자 수를 실시간으로 집계하고 순위를 매겼다. 그러다보니 하위권에 있는 지점장들은 직원들을 상대로 영업 압박을 높일 수밖에 없다.

한 지점장은 "점포당 100계좌 이상은 유치해야 중위권에 머물 수 있었다"며 "본점에서 할당량을 주지 않아도 전국서 몇 순위인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인당 많게는 100개 이상, 적어도 50개 이상은 할당량을 부여했다. 그러다보니 직원들은 한 다리 두 다리 건너 지인들을 총동원해 상품 가입을 유치하고 있다.

가입금을 대신 내주는 은행원이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다른 상품과 달리 재형저축은 가입 대상이 제한적이므로 그만큼 할당에 따른 직원들의 심리적인 압박도 클 수 밖에 없다.

은행들도 할 말은 있다. 펀드처럼 원금 손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고금리에 비과세해택이 있는 상품을 서민들이 많이 가입한다고 해서 나쁠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맞는 말이다. 더욱이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저축률이 올라간다면 국내 경제에도 득이 된다.

하지만 은행 간의 '묻지 마 가입 경쟁'은 중장기적으로 고객과 은행에 모두 해가 될 수 있다.

재형저축은 적어도 3년 이상은 유지해야 기본 금리를 받을 수 있다. 고금리에 세제 혜택까지 다 챙기려면 7년은 유지해야 한다. 서민들이 자신의 형편에 맞는 재무 계획을 세우고 신중하게 가입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는 이유다.

은행도 무작정 계좌수만 늘리는 영업이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고객이 만기까지 계약을 유지하는 '우량고객'으로 남아 있어야 파생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해약해버린다면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고금리를 준 효과를 볼수 없기 때문이다.

18년 만에 부활한 재형저축이 진정으로 서민들의 재산형성에 도움이 되려면 첫 단추부터 잘 끼워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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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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