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노래주점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
밤엔 술병과 안주가 놓이는 널따란 테이블 위엔 휴대용 버너에 찌개가 끓고 술잔을 들법한 손에는 숟가락을 쥐고 있는 모습이 영 어색하다. 의자 한쪽 구석에 탬버린까지 가지런히 쌓여있다.
금융 중심지 여의도에서 종종 체험할 있는 일이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탓에 자리가 부족한 일부 음식점이 같은 층 주점이나 노래방의 방을 빌려서 점심 손님을 받는 것이다.
공간을 빌려준 가게는 식사가 끝난 손님에게 커피나 음료를 팔아 수익을 챙긴다. 식당은 손님 놓치지 않아 좋고 손님은 조용히 밥 먹을 수 있어 좋다. 낮과 밤의 '영업 공백'을 메워 효율성을 극대화한 사례다.
이런 가게들도 조금이라도 공백을 막아 비효율성을 제거하려 애쓰는데 요즘 금융권의 인사공백은 답답하기만 하다.
대형 금융지주사들과 은행 내부는 위만 쳐다 보고 있다. '회장 언제 나가나', '회장 누가 오나', '혹시 우리 회장(혹은 행장)도?'와 같은 질문이 일상화되고 있다.
'A가 돌연 경질되고 B가 CEO(최고경영자)로 오기로 했다더라'는 식의 풍문이 한밤중에 갑자기 떠돌기도 한다.
지주사들의 대규모 투자나 M&A(인수합병)건, 장기 전략 수립 등의 주요 과제들은 사실상 올 스톱 상태다. 너도나도 자리보전이나 쟁취를 위해 '뛰는 일'에 온 관심이 쏠렸다.
금융사를 감독해야할 금융감독원도 인사 공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달 말로 예정된 인사를 앞두고 뒤숭숭하다. 물론 놀고 있는 건 아니다. 일상적 업무만도 만만치 않고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업무가 몰린 일부 부서는 주말에도 새벽까지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부서에서 새로운 일을 벌일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일찌감치 임원들의 일괄 사표까지 받아둔 터라 눈치 살피기는 더하다. "금감원 1년 업무는 인사가 6개월, 국회가 6개월"이라는 자조도 나온다.
가장 좋은 인사는 '빠른 인사'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인사는 빨리 하기 어렵다는 얘기지만 매번 되풀이되는 인사 공백을 그저 내버려 두기엔 금융의 할일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