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융당국 "닥치고 지원?"

[기자수첩]금융당국 "닥치고 지원?"

배규민 기자
2013.06.07 07:24

"신규자금을 지원할 명분이 없습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한 사항이라고 발을 뺄 텐데요."

최근 쌍용건설의 한 채권기관 임원은 기자와 만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업의 정상화'라는 방향은 같은데 '법정관리'는 무조건 안 된다는 금융당국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채권단들은 금융당국의 '의중'을 따라 쌍용건설의 워크아웃 개시에 합의했다. 하지만 신규 자금 지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기존 여신의 1.2배가 넘는 자금을 지원해야 하고 신규 자금을 지원하면 군인공제회와 자산관리공사(캠코)에게 돈을 갚는 꼴"이라며 "게다가 워크아웃을 통한 회생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부터 이번 신규자금 지원까지 더하면 총 지원 금액은 1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일부 채권기관들은 금융당국에 쌍용건설 여신지원에 관해 면책특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신규자금을 지원한 것이 문제가 됐을 때 정책적인 판단에 따랐다는 증거를 남기자는 것이다. 하지만 당국이 난색을 표하면서 이마저도 흐지부지 됐다.

일각에서는 쌍용건설에 대한 지원이 지연되고 있는데 당국이 이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은 채권단의 면책특권 요구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나중에 본인들이 책임질 일은 만들고 싶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기관 간의 이권 다툼으로 기업이 제 때 자금을 지원받지 못해 경제에 피해를 준다면 금융당국이 중재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채권기관들을 압박해 무조건적인 자금 지원을 강요하는 것이 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을 감독하는 당국의 역할은 아닐 것이다. 명분과 결과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내가 책임질 테니 따르라"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야 영이 선다.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부담만 압박하는 감독 행정으로 금융권이 부실화되면 뒷감당은 또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배규민 기자

현장에 답이 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