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융CEO '고액보수'의 자격

[기자수첩]금융CEO '고액보수'의 자격

변휘 기자
2013.06.25 17:46

"연봉이 높다고 비판받는 것은 감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더 답답한 것은 과거 최고경영자(CEO) 중 누구도 떳떳하게 보수를 받아가지 못했다는 겁니다"

최근 금융회사 CEO들의 고액 연봉 논란을 바라보는 한 금융지주사 임원의 말이다.한 해 30억 원을 웃도는 CEO들의 급여는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초래할 만큼 큰 금액이다. 그러나 이 임원의 '답답함'은 오히려 과거 금융지주사 CEO 중 다수가 보수를 받을 자격조차 박탈당했다는 것에서 비롯됐다.

위정자의 입맛에 따라 금융사 수장을 교체하는 '관치금융' 논란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돼 왔고, 일부 CEO들은 개인 비리로 불명예 퇴진하기도 했다. 당연히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보수는 사라졌다.

KB금융지주에선 다음달 12일 퇴임하는 어윤대 회장이 성과 연동형 주식성과급인 '스톡그랜트'의 첫 수혜자다. 그나마도 금감원이 금융사 임원 연봉이 적절한지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일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어 회장의 몫은 상당 부분 삭감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KB금융 초대 회장으로 취임했던 황영기 전 회장도 당초 스톡그랜트 대상자였지만 '최소 2년을 재직해야 한다'는 요건조차 채우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에게 부여됐던 30억 원대의 스톡옵션 역시 취소된 바 있다. 두 CEO는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금감원의 중징계를 받으면서 보수를 삭감당했다. '관치금융' 논란이 자연스럽게 뒤따랐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스톡그랜트의 첫 수혜자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한동우 현 회장이 될 전망이다. 이른바 '신한 사태'에 연루됐던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 등 임원들의 장기 성과급 및 스톡옵션이 취소·삭감됐기 때문이다.

급여가 높다는 것 자체는 사회적 지탄을 받을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의 노동가치가 높게 평가받는 것은 그만큼 그의 직무수행이 기업 또는 공공영역을 위해 중요하게 활용된 결과다.

그러나 금융권 CEO들의 고액 연봉을 바라보는 여론의 싸늘한 시선은 여전히 은행을 비롯한 금융업이 서민들로부터 공공성과 도덕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한때 '천황' 등으로 불리며 금융권을 주름잡던 수장들 다수가 보수를 많이 받았다는 비판은커녕, 보수를 받을 자격조차 얻지 못한다는 것은 금융업계의 부끄러운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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