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비자는 없는 '소비자 보호'

[기자수첩]소비자는 없는 '소비자 보호'

김상희 기자
2013.07.09 05:25

 “금융감독원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법에 주어진 금융시장 안정과 소비자 보호라는 설립목적을 잘 이행해 시장의 신뢰를 받는 것입니다.”

 

최수현 금감원장이 이달 초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이야기다.

최 원장이 이 같은 이야기를 한 것은 최근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놓고 금감원 일부 직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인데 대한 '경계'이다.

지난달 금융위가 테스크포스(TF)를 통해 발표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은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를 금감원에서 분리하지 않고 내부에 두되, 금소처장을 대통령이 임명케 하는 등으로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이었다. 또 금융회사의 건전성 감독을 하는 금감원이 금융회사 제재권을 쥐고 있으면 금융소비자 보호와 충돌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제재권을 금융위원회에 이관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발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소비자 입장'이 충분히 반영된 것인지 재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금소처를 분리하는 방안이 유력해졌다.

금소처 분리를 주장하는 쪽은 금소처의 독립성이 보장되면서 소비자 보호가 강화된다고 강조한다. 반면 분리를 반대하는 쪽은 금융기관들의 부담이 증가하고 이중 규제로 인해 금융산업 발전이 저해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해외에서도 실패한 모델임을 강조한다.

정부와 금융계, 학계, 정치권 등 감독체계 개편을 논의하는 주체들은 분리를 찬성하든 반대하든 방법의 차이일 뿐 모두 내세우는 명분은 '소비자 보호 강화'다.

하지만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 과정에서 들리는 것은 ‘소비자보호’가 아니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금융위와 금감원의 ‘으르렁’ 거리는 소리 뿐이다.

금감원은 연일 금융위가 제재권을 가져가려고 한다고 비판한다. 8일에는 비상대책위원회 명의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스스로 “금융위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인정(?)하기까지 했다. 금융위는 “금융위가 조직과 권한을 확대하려 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고 있다”고 말할 뿐 금감원의 공격에 묵묵부답이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금감원이 기득권을 놓치 않으려 한다고 비판한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조직개편 방안에 대한 서로의 주장이 ‘효과적인 소비자보호’방안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외부에선 ‘밥그릇싸움’으로 보는 이유부터 먼저 되돌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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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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