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카드 밴(VAN·Value Added Network) 수수료 개편논의가 용두사미가 돼 가고 있다.
지난 11일 열린 공청회도 '싱겁게' 끝났다. 공청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성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좌석이 모자라 입석 상태로 공청회에 참석했던 관계자들이 무색할 정도였다. 공청회가 끝난 후에도 후속 논의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밴 수수료 개편 논의의 출발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였다. 국회는 지난해 2월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맹점 수수료 체계의 개편을 골자로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영세가맹점의 우대수수료를 정부가 정하도록 하는 등 '반시장적' 요소가 많은 입법이었다. 반대하던 정부도 어쩔 수 없이 제도정비에 나섰다.
국회의 무리수는 지난해 4월 치러진 총선의 영향이었다. 골목상권으로 대표되는 표심을 위한 전형적인 표퓰리즘이었다. 상황은 지난해 말에도 되풀이됐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유세과정에서 영세가맹점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추가로 인하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시장가격 이하로 떨어진 영세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를 추가로 인하할 여지는 사실상 없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밴 수수료다. 밴 사는 카드사와 가맹점의 신용거래를 중계하고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일종의 비용이다. 이 비용을 낮추면 가맹점 수수료를 추가로 인하할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 과정에서 전현직 금융위원장이 밴 수수료 개편의 당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카드업계는 밴 수수료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을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했다. 그 결과가 지난 11일 공청회에서 발표됐다. 자율경쟁을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가맹점이 직접 밴사를 선택하도록 하면 시장원리에 따라 밴 수수료도 내려갈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밴 수수료가 얼마나 내려갈지, 밴 수수료 인하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실제 이어질지에 대한 실증적 예측자료는 하나도 없었다.
특히 가맹점 수수료는 정부에서 결정하도록 하고, 밴 수수료는 시장의 원리에 맡긴다는 논리도 다소 어불성설이다. 공청회가 싱겁게 끝나고 후속 논의도 진전되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