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양건승 예금보험공사 재산조사실 팀장

지난해 겨울. 예금보험공사 재산조사실에 한 사람이 찾아왔다. 초조한 듯 주위를 살피다가 쭈뼛거리며 사무실로 들어온 그 사람은 양건승 팀장에게 조심스럽게 얘기를 건넸다. 한 부실 저축은행 회장이 숨겨둔 고가 오디오가 인터넷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보 재산조사실은 영업정지나 파산된 금융회사의 임원·대주주와 이들 금융회사의 채무자(부실관련자) 등에 대한 은닉재산을 조사하고 이를 발견해 회수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양 팀장은 2010년 4월 제주도에 있는 으뜸저축은행 파산관재인으로 일할 때 은닉재산 회수 업무와 인연을 맺은 후 2012년 10월 재산조사실로 발령받아 본격적으로 은닉재산 회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전문가다.
고가 오디오에 대한 제보를 접수한 양 팀장은 직원들과 함께 은닉재산 회수를 위한 작전에 들어갔다.
인터넷을 통해 부실관련자 A씨가 해당 고가 오디오의 거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구매자로 위장해 A씨와 만나기로 약속을 정했다. 물건을 확인하고 숨겨놓은 위치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고가 오디오 구매자가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방문할 경우 자칫 의심을 받을 수 있었다. 양 팀장은 예금보험공사 고위 임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임원이 이용하는 고급 승용차를 빌려 A씨를 만난 양 팀장은 전시장에 있는 물건의 가격만 10억원에 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양 팀장은 오디오의 사진을 찍고 구매를 위한 추가적인 문의를 다시 하겠다고 한 후 회사에 복귀해 회수를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양 팀장은 "은닉재산들은 평소 접하기 어려운 고가 스포츠카, 빈티지 오디오 등이 많아 이러한 것들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한다"며 "특히 이런 물건들은 창고 등에 숨겨 놓은 경우가 대부분으로 제보자의 신고가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은닉재산 신고가 접수되면 양 팀장은 신고내용을 검토하고 현장확인 등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한다. 은닉재산은 차명 계좌를 주로 이용하는 만큼 필요할 경우 계좌추적 등 자금흐름에 대한 조사도 실시한다. 신고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 채권기관에 통보해 은닉재산에 대한 가압류나 압류, 부동산 경매 등으로 회수를 하게 된다.
신고자에게는 회수금액의 10~20%를 포상금으로 지급한다. 포상지급 한도는 5억원으로 2006년 약 170억원 규모의 은닉재산을 회수한 후 5억원이 지급된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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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팀장은 "재산 회수 과정에서 채무자들이 거칠게 항의하거나 회수 후에 협박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금융부실관련자들의 은닉재산을 회수해 저축은행 예금피해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됐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산조사실 직원 뿐 아니라 예금보험공사의 김주현 사장부터 조현철 부사장, 김석재 본부장, 서정욱 실장 등 임직원 모두가 은닉재산 회수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