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등 일부 은행의 방카쉬랑스(은행, 증권 지점을 통한 보험 상품 판매)에서 동양생명 해약 환급금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도 해약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3일 은행 및 보험 업계에 따르면 동양그룹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된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일까지 동양생명에서 약 2400억 원의 보험계약 해약 환급금이 빠져나갔다. 이중 상당부분이 KB국민은행의 방카쉬랑스 채널에서 이탈된 것으로 파악된다.
KB국민은행을 통한 해약 추이가 심상치 않다는 점을 파악한 금융당국도 지난 2일 은행 관계자에게 구두 경고를 했다. 아울러 타 은행들의 영업행태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은 이에 대해 당국에 "계약을 해지하면 피해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지만, 고객들의 (해약)의지가 강해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고 업계는 전했다.
동양생명은 방카쉬랑스 채널 비중이 40% 이상으로 높다. 특히 방카쉬랑스를 통해 판매한 4조원 가운데 2조원 이상이 KB국민은행 방카쉬랑스에 집중돼 있다. KB국민은행에서의 해약 규모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설계사와 TM(텔레마케팅), 방카쉬랑스 등 전 판매채널 해약환급금의 절반 이상이 KB국민은행에 편중돼 있는 것은 이상하다는 지적이다.
KB국민은행이 고객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수수료 수입을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통상 보험사들은 방카쉬랑스를 통해 보험을 판매하고 약 3~8%의 수수료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안내해주는 형식을 빌려 사실상 해약을 유도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해약 유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묵인했을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동양생명은 보고펀드가 지분 57.6%를 보유해 동양그룹과는 상관없이 독자경영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불똥'이 튀면서 고객들의 해약 문의가 급증하는 상황이다.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같은 동양 계열사로 오인 받은 때문이다. 당국과 동양생명은 섣부른 해약으로 피해를 보는 소비자가 늘지 않도록 고객이탈 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명변경 추진' 등 동양생명의 초강수에 누그러지는 듯 했던 동양생명 이탈 현상은 동양시멘트마저 법정관리를 택한 지난 1일 다시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날 하루만 400억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된다. 올 상반기 평균 일일 해약환급금 31억원(동양생명은 50억원으로 해명)의 13배에 달하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