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신뢰···반짝목표 보다 지속가능한 '온기경영' 펼것"

"금융은 신뢰···반짝목표 보다 지속가능한 '온기경영' 펼것"

대담=지영한 금융부장, 정리=변휘,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2013.10.14 06:00

[머투초대석]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달변(達辯)' 이다. 엘리트 관료(행정고시 20회) 출신으로 재정경제원·재정경제부 핵심 요직을 거쳤고, 한때 외교부 다자통상국장으로도 근무하는 등 국내·외를 아우르는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어떤 주제가 등장해도 '막힘없는' 답변을 내놓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지난 7월 12일 KB금융 회장 취임 이후로는 기자들로부터 '침묵의 CEO'로 불리기 시작했다.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의 새로운 수장이 됐지만, 세간의 기대에 부응하는 '눈에 띄는' 경영지표 대신, 고객가치 제고와 리딩뱅크 위상 회복이라는 다소 추상적이고 장기적인 목표를 강조한 탓이다.

지난 8일 서울 명동 KB금융지주 본점 집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난 임 회장은 그 이유에 대해 "당장 반짝하고 그럴듯한 숫자를 제시하면 그 순간은 좋을 수 있지만, 금융에서는 신뢰가 제일 중요하다"며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답했다.

전임 경영진들이 물러날 때마다 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는 등 불명예 퇴진했던 이른바 'KB금융의 잔혹사'에 대해서도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임 회장은 "환영받지 못한 채 물러나고, 이후 징계를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전임 경영진처럼 처음에 스포트라이트는 못 받아도, 온돌처럼 오랫동안 온기를 유지하는 경영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오는 21일 예비입찰 마감을 앞둔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에 대해선, "우투증권 입장에서도 KB의 인수가 성장 가능성 극대화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국내 최대 고객군을 보유한 KB의 영업망을 활용하면 성장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취임 초기 CEO들은 대부분 가시적인 경영 목표를 발표하는데, KB금융에선 눈에 띄는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다.

▶당장 반짝하고 그럴듯한 숫자를 제시하면 그 순간은 좋을 수 있다. 그러나 금융에서는 신뢰가 제일 중요하다. 향후 순이자마진(NIM)은 장기적으로 떨어질 일만 남았다. 예전처럼 3~4%대는 어렵다. 2% 언저리에 머물 것이다. NIM 방어에 노력하되 건전성을 높이는 노력으로 하락을 보완해야 한다. 스웨덴의 한델스 은행은 변동성이 적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안정적이다. 자산은 400조원 규모인데 연 당기순익은 지속적으로 2조원 정도를 낸다. 내가 추구하는 금융과 닮아 있다. KB도 심한 변동성을 줄여야 한다.

-비은행 강화를 위해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추진 중이다. KB금융이 경쟁 인수후보자들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는 지점은?

▶자금조달 능력 등을 고려할 때 실제 경쟁사는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KB는 경쟁사가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KB의 가치 상승이라는 관점에서 이번 딜을 검토하고 있다. 우투증권 등 매각 대상 회사의 입장에서도, KB가 인수하는 것이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우투증권은 '브로커리지'(중개매매) 시장이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 국내 최대 고객군을 확보하고 있는 KB의 영업망을 활용하면 WM(자산관리) 부문 등에서 추가적인 성장 기회를 만들 수 있고, KB의 고객에 대해서도 보다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적정가'를 강조해 왔는데 인수가격이 합리적 수준을 벗어나면 포기할 수 있나.

▶당연히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M&A는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그룹 부실로 인해 동양증권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고, 증권업계 1위인 KDB대우증권의 매각 가능성도 남아 있다.

▶대우증권은 업계 1위의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고, 동양증권은 CMA 등 소매 영업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대우·동양뿐만 아니라 다양한 증권사 매물에 대해 KB의 사업다각화 전략에 맞는지에 대한 검토를 진행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주력 중이고 여타 증권사들의 매각일정 등은 불확실하다. 매물로 나오면 추가적인 검토를 진행하겠다.

-우리파이낸셜과 우리 F&I는 인수를 검토하는가

▶우리파이낸셜은 자동차할부금융에 강점이 있는 업계 상위권 할부금융사이며, 우리 F&I는 업계 2위권의 시장지배력을 가진 부실채권투자 회사로 KB의 금융계열사에는 없는 업종이다. 사업다각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지만, 해당 업종의 시장전망과 그룹 내 시너지 창출 여부 등은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고객 가치 극대화를 위한 장기플랜으로 강조하고 있는 '시우(時雨:필요할 때 내리는 비) 금융'은 시장에 강한 인상을 주지 못하는 분위기다.

▶시우는 고객에 대한 KB의 마음자세를 언급한 것이다. 금융사의 필요에 의한 '밀어내기' 식에서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판매하겠다는 다짐이다. 이를 위해 영업 채널과 성과평가지표, 마케팅 등 모든 프로세스를 고객지향적인 시각에서 재검토 중이다. 다만 이런 것들은 단기간 내 가시적 성과를 보이기 힘들다. 금융산업의 특성상 단기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한 영업을 하면 반드시 훗날 대가를 치르게 된다. 과거 카드부실, 중소기업 부실 등에서 이러한 것을 경험했다.

-해외진출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밝혀 왔다.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머스트(MUST·꼭 해야할 일)다. 그러나 국내 영업보다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행착오가 어마어마하다. KB의 글로벌 전략 원칙은 '선 점검, 후 진출'이다. 우선 기존 해외 네트워크의 리스크 요인에 대해 심층적인 점검을 하고, 주요 사업장인 일본·중국은 '제로 베이스' 상태에서 살펴보고 있다. 동시에 해외진출을 위한 시장조사 및 진출타당성은 검토는 지속하며, 하반기에도 캄보디아 프놈펜 지점 추가 개설과 미얀마 양곤 사무소 개설은 추진한다.

-국민은행의 '골칫덩이'로 평가받는 카자흐스탄 BCC의 개선 방안은

▶BCC가 현지 빅4 은행이기 때문에 '빅4'를 인수했다'는 겉모습은 좋았지만 부실이 워낙 컸다. 해외시장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투자규모가 과다했던 측면이 있다. 현재 정상영업 중이고, 최근 이건호 은행장이 방문해 상황을 파악하는 등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경영정상화에 매진하여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삼성·현대차는 튼튼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성공했다. 왜 금융에는 이 같은 성공 사례가 없을까.

▶우선 금융업은 지배구조가 안정돼 있지 않았던 점이 가장 큰 원인이다. (최근 성장한)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성장은 전문경영인들이 경영 전환점에서 내린 중대한 결정의 결과가 좋았다는 점이 호재였다. 신한의 고비는 조흥은행과 LG카드 인수였고, 하나는 외환은행 인수가 큰 호재였다. KB도 외환은행 인수의 기회가 있었지만, 론스타 사건 영향과 전임 경영진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은행 인수를 후순위로 봤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자체성장(Organic Growth)은 한계가 있다. 가장 손쉬운 성장동력은 M&A다. 균형적인 시각으로 (M&A 시장을) 보면서 찬스를 기다려야 한다.

-금융업도 CEO의 장기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임기는 뽑아 준 사람들이 결정하는 사항이다. 내 임기와 별개로, 현 시점에서 강조하는 것은 KB에 긴 호흡과 큰 그림을 제시해 어떤 경영진이 맡더라도 큰 그림을 유지한 채 미세 조정하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잠시 '반짝' 하는 지표를 제시하기보다는 기초를 튼튼히 해 누가 경영을 맡더라도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할 수 있도록 초석을 깔겠다는 각오다.

-KB는 지주사 출범을 전후해 전임 CEO들의 마무리가 늘 좋지 않았다

▶환영받으며 물러나지 못하고 이후에 징계를 받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 만일 (전임 CEO들이) KB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고 소중히 가꿨다면 절대 그런 일(불명예 퇴진)은 없었을 것이다. 내가 이 자리에 얼마나 있든, 재직 기간 동안에는 기본에 충실한 경영을 실천할 것이다. 지주 경영진 및 계열사 대표와 임원들에게도 원칙 경영을 강조한다. 그러면 불미스러운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사심 없이 재임기간 동안 일하면 내부에서도 다음 경영진을 맡을 수 있는 인재들이 육성되리라 본다. 전임 경영진처럼 취임 초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못 받더라도, 온돌처럼 오랫동안 온기가 유지되는 경영을 하고 싶다

-'리딩뱅크' 위상 회복을 천명했다. 리딩뱅크의 기준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리딩뱅크를 주로 '몸집'을 기준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나는 당시에도 외형만이 아니라 구성원의 맨파워, 사회공헌 실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런 면에서 명실상부한 리딩뱅크가 되길 바란다. 시우금융도 리딩뱅크가 해야 할 몫이다. 비가 올 때 우산을 빼앗는 은행은 아무리 자산규모가 크고 재무구조가 좋아도 리딩뱅크라 할 수 없다.

-내년 M&A 시장에 나올 우리은행의 잠재적 후보로 KB금융이 지속적으로 언급된다.

▶우투증권 인수를 추진 중이다. 우리은행에는 관심이 없다.

-시장의 우리은행 인수에 대한 기대에 따른 압박감은 없나?

▶그런 압박감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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