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이 스스로 "낙하산이 맞다"고 인정했다. 홍 회장의 솔직한 발언에 국감장은 여야 할 것 없이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 홍 회장은 취임 초부터 줄곧 그래왔다. 중요한건 전문성이며 오히려 낙하산이라 부채의식이 없기 때문에 장점도 많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대표적 낙하산 자리는 금융회사 감사였다. 주로 금융감독원 출신들이 임명됐다. 그러다 저축은행 사태로 2011년5월4일 감사 재취업이 전면 금지됐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금감원을 전격 방문했을 때 비리 척결을 위한 주요 쇄신방안의 하나로 '금융사 감사추천 관행 철폐'를 선언했다. 스스로 감사 재취업을 청렴성 문제로 연결시킨 꼴이었다. 사실 그만큼 앞뒤 가릴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다급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2년 반이 흘렀다. 이번에는 동양 사태가 터졌다. 금감원은 책임론으로 또 한 번 홍역을 치렀다. 최수현 원장이 7일 전 직원 특별 조회를 열어 "향후 1, 2년에 조직의 명운이 달렸다"고 할 정도다. 이 판국에 언감생심 누구하나 감사 재취업 얘기 따위는 꺼낼 엄두도 못 낸다.
그러나 유착과 로비 가능성 때문에 아예 못 나가게 막는 건 또 다른 책임방기가 될 수 있다. 금융회사를 감독할 수 있는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수 십 년간의 경험으로 무장한 정예 인력을 언제까지나 계속 묶어둘 수 없다.
현재 금감원 내 정년을 앞두고 보직이 없는 '연구위원'은 18명이다. 임원이 못 됐을 뿐 각자의 분야에서 30년씩 내공을 쌓은 감독·검사의 최고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보조업무로 시간을 보내게만 하는 건 일종의 국가적 낭비다.
부작용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전문성 없는 감사원 출신들이 자리를 대신 차지한다. 기존 감사들은 연임을 노리느라 견제는커녕 경영진 눈치를 보기도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자산 300조원의 신한은행이 아예 상근 감사를 없애버리는 기현상도 일어났다.
낙하산 감사의 문제는 시스템으로 풀어야한다. 감사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이를 관리하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비리가 적발될 경우 강한 처벌도 필수다. 제도 개선을 고민하지 않고 단순히 사람만 못 나가도록 막는 게 능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