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방침 '무시' 파문… "中당국 승인 여부 주목", 금감원 KB 인력운용 일제 점검
KB국민은행이 해외법인 임원의 임기를 보장하라는 금융당국의 지도를 정면으로 무시하고 중국 베이징법인장과 부법인장을 동시에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중국 금융당국도 이번 인사에 대해 불쾌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지점 비자금, 카자흐스탄 BCC(센터크레디트은행) 부실 등 해외법인 운영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집중 검사를 받고 있는 와중에 다시 한 번 국제적 물의를 일으킨 셈이다.
특히 중국 금융당국이 한국계 금융사 현지법인의 잦은 인사교체를 줄곧 지적해 와 국민은행의 신임 베이징법인장 등이 현지 당국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만약 해외법인장이 현지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한다면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금융감독원은 국민은행의 해외 인력운용 현황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일제히 점검키로 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12일 김대식 중국법인장과 백강호 부법인장을 동시에 바꾸는 인사명령을 내렸다. 내년 1월 임기를 앞둔 베이징법인장을 앞당겨 교체하면서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부법인장도 같이 인사 조치했다. 신임 법인장에는 김종범 베이징지점장이 승진 발령됐다.
이번 인사는 금감원의 해외 인력운용 지도방침을 대놓고 거부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금감원은 지난 7일 주요 시중은행에 해외 현지법인 직원의 임기를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승인받은 기간 동안 보장하고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일괄 교체도 하지 말라고 지도했다. 금감원의 지도가 전달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당국의 방침과 정면 배치되는 인사를 실시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민은행으로부터 사전에 어떤 협의도 없었다"며 "해외 금융당국의 움직임과 금융 산업 발전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내린 금감원의 지도를 이처럼 무시하면 대외 신인도에 심각한 타격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 고위관계자는 "새 법인장의 중국 당국 승인 절차 등을 감안해 인사를 앞당긴 것"이라며 "부행장을 동시에 교체한 것도 중국 측과 사전 협의를 진행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기대와 달리 당장 중국 금융당국의 동향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금융당국이 그동안 한국계 금융회사의 빈번한 일괄 인사교체를 지적해 온 상황에서 국민은행이 임기가 남은 현지법인의 서열 1, 2위를 함께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 당국이 승인을 거부하면 국내 금융 산업의 해외진출 역사에서 초유의 일이다. 과거 외환은행이 현지 경험조차 없는 직원을 독일외환은행 법인장으로 발령하자 1년간 승인이 지연된 사례는 있었지만 아예 승인이 거부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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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KB금융의 '정치화'와 연관이 있다고도 주장한다. 전격 교체된 법인장과 부법인장이 공교롭게 모두 고려대 출신이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고위관계자는 "특정 학교 출신을 이유로 인사가 이뤄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새로 해외 발령 난 사람 중에도 고려대 출신이 있는 만큼 이번 인사는 학맥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 아래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체제에서 수혜를 입은 사람들을 한 번에 내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금감원은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KB금융의 인력운용에 대한 일제 점검에 착수할 계획이다. 도쿄지점에서 비자금을 조성해 국내로 들여오고 카자흐스탄 투자에서 천문학적인 손실을 낸데 이어 해외법인 인사까지 당국의 방침을 어겨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해외 점포망 파견 직원들의 과거 근무 경력이 현지 근무에 적절한지, 교체시기에 무리는 없는지, 특정 인맥에 따라 인사가 좌우되지는 않는지 등을 전체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