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소멸시효 임박 채권 횡령사고 또 없나"…이건호 행장 불러 "순환근무제·명령휴가제 실시"
국민은행의 잇따른 금융 사고로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국내 모든 은행을 대상으로 소멸시효가 임박한 채권의 처리 실태에 대해 일제 점검에 착수한다. 국민은행과 유사한 사고가 다른 은행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금감원은 이건호 국민은행장을 긴급 소환해 일련의 사고와 관련해 순환근무제 실시와 보고체계 재정비 등 강도 높은 내부 혁신을 주문했다.
(☞본지 11월19일자 1면 보도[단독]국민銀, 이번엔 '베이징 인사파동'참고)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 국내은행의 채권 관리 실태에 대해 점검을 실시키로 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국민은행의 이번 사건은 유가증권을 이용한 기상천외한 수법으로서 그동안 누구도 생각지 못한 횡령"이라며 "다른 은행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선 금감원은 모든 은행에 위탁관리하거나 자체 발행한 각종 채권 등 유가증권 가운데 소멸시효가 임박해 지급된 금액이 얼마나 있는지 현황을 조사해 보고토록 지시할 계획이다. 사고를 일으킨 국민은행 본점 직원은 창구 직원과 공모한 후 소멸시효 만료 직전의 국민주택채권을 위조해 돈으로 바꿨다.
금감원은 이처럼 만기가 지나고 소멸시효가 다 된 채권이 갑자기 현금화됐다면 사고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정상 지급 여부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한편 금감원은 이날 오후 이건호 국민은행장을 불러 연이은 금융 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청했다.
조영제 금감원 부원장은 면담 자리에서 "내부통제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라"며 "순환근무제, 명령휴가제(갑자기 직원을 휴가 보낸 후 업무 실태를 파악하는 제도)를 엄격히 시행하고 내부보고체계를 전면 재정비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은행의 인사체계를 비롯한 내부 질서가 무너졌다는 판단에서다.
채권 횡령과 도쿄지점 비자금 사건은 특정 직원에게 같은 보직을 계속 주다가 터졌다. 카자흐스탄 BCC(센터크레디트은행) 부실과 당국의 지도를 무시한 베이징법인 임원 동시 교체 등은 아예 은행장 보고도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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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금감원의 방침을 어긴 베이징법인 '인사파동'(임기 남은 법인장과 부법인장 일괄 교체)은 중국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은 중국 금융당국이 신임 법인장에 대해 승인을 거부하면 국내 금융사의 국제 신인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간주해 책임 소재를 가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