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시작 1년반만에 벤츠 몰던 그남자, 하는 일이…

사업시작 1년반만에 벤츠 몰던 그남자, 하는 일이…

신수영 기자, 권화순, 진달래
2014.01.17 05:30

'개인정보' 사는자와 파는자···호황 누리는 유통시장

"1년 반 전에 대출중개업체를 차린 사람이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벤츠를 몰고 나타났더라고요. 한눈에 봐도 돈 좀 번 거 같습디다. 나도 대출모집 중개 일을 해서 좀 아는데, 이 일만 해서는 외제차를 장만하기가 쉽지 않아요. 소문에 그 사람이 개인정보 데이타베이스(DB) 유통 브로커 일을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이름하고 전화번호, 주민번호가 담긴 단순한 DB가 아니라 금융거래 내역이 담긴 최고급 정보를 손에 넣었다는 거예요. 이런 고급정보면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거든요." (한 대출중개업자)

얼마 전 카드사 고객 개인정보가 1억건 이상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개인정보 유통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 시장 역시 철저하게 수요·공급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이다. 개인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과 이를 원하는 사람, 그리고 이들을 중개하는 브로커가 시장을 형성한다.

하지만 실제로 DB 유통 브로커를 직접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최근 정보 유출 사태로 당국의 단속이 심해지면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브로커들이 휴대폰을 꺼버리고 잠적했다"는 게 관련자들의 전언이다. 대출중개업자들마저 취재를 피할 정도였다. 간접적으로 DB 유통 브로커의 지인인 한 대출중개업자의 이야기를 통해 개인정보 유통시장의 실태를 들을 수 있었다.

◇USB에 1만건씩 거래...호황 누리는 유통시장=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 DB거래는 주로 '오프라인'을 통해 은밀히 이뤄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네이트온이나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파일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그러나 온라인 거래는 아무래도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다. 장소와 시간을 정하는 오프라인 거래를 선호하게 된 이유다. 외장메모리(USB)에 개인정보를 담아 전달하는 것이다. 한 번 거래할 때 1만 건 단위의 정보가 오고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점조직으로 활동하는 만큼, DB 브로커 숫자나 개인정보 유통 시장 규모를 정확하게 추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거래되는 개인정보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이름과 전화번호만 있는 단순 정보는 건당 100~300원 수준에 거래된다.(지난해 상반기 기준) '제3자정보제공동의'가 붙은 합법적 DB에 비해서는 가격이 조금 싼 편이다.

'대출의사'가 확실히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개인의 정보는 가격이 뛴다. 5000원에서 2만 원 사이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정보 가공하면 가격 200배 '껑충'=개인정보 유통 브로커들은 2년 전까지만 해도 주로 중국에서 국내 금융사를 해킹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입수했다. 2~3명이 중국에서 서버를 두고 정보보안이 허술한 국내 캐피탈, 저축은행 등의 전산을 타깃으로 삼았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중국에서 철수했다. 금융사들의 보안이 강화된 데다 대출중개수수료에 5% 상한제가 도입(2012년)되는 등 이윤이 맞지 않게 된 때문이다. 월 2000~3000 원이면 됐던 중국인 인건비도 국내 수준으로 상승했다.

요즘은 IT 관련업에 종사해 개인정보에 접근이 가능한 내부 직원을 통해 DB를 빼내는 방식이 많다. 정보를 가공해 가격을 높여 파는 일도 유행이다. 예를 들어 전화벨이 울려 전화를 받았는데, 1초도 안 돼 상대가 전화를 툭 끊어버렸다면 100% 정보가공이라는 설명이다. 누군가 사용하는 번호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살아있는 번호'를 찾기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어 돌리는 사례도 적잖다. 브로커가 직접 TM(텔레마케팅) 조직을 운영하기도 한다. '대출한도 1억 원'이라는 스팸문자를 돌리거나 전화를 걸어 대출을 원하는 사람 명단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 경우 가격은 건당 5000원에서 2만 원까지 뛴다. 단순정보(100원)의 200배까지 치솟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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