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열사 정보공유 금지? "지주사 체제 역행"

금융계열사 정보공유 금지? "지주사 체제 역행"

변휘 기자
2014.01.21 17:15

카드 3사의 고객정보 유출 과정에서 일부 계열사의 정보가 함께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계열사간 정보공유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와 국회는 동일 금융지주 내 고객정보 공유에 제한을 두겠다는 방침이지만, 업계에선 지나친 칸막이가 금융지주 설립의 목적인 '시너지' 효과를 축소시킬 수 있다며 우려하는 표정이다.

21일 여·야 정치권은 카드사의 정보유출 사태를 한 목소리로 비판하며 고객정보 공유의 문제점 수정 등을 포함한 관련법 개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고객정보 유출 관련 긴급 당·정회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모든 자회사의 고객정보 공유 문제점 수정 방안 등을 정부 측에 촉구했다"고 말했다. 장병완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원내대책회의에서 "금융지주 계열사 간 자유로운 고객정보 공유제도를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최근 사태에서 드러난 제도적 미비점 및 정치권의 요구를 반영해 오는 22일 개인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계열사간 고객 정보 공유 제한 방안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비한 제도를 정비하는 내용을 내일 종합 대책 발표에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은 지주사 및 계열사들이 "금융거래정보·개인신용정보·증권총액정보 등의 고객정보를 영업상 이용할 목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 마케팅 등 목적의 고객 신상·재무정보 및 거래내역 공유를 허용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계열사간 정보 공유의 법적 근거가 되는 금융지주법 개정에는 신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법 개정 등을 통해 고객정보 공유 축소를 규정하게 되면, 사실상 금융지주사의 설립 목적인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 효과가 크게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주사는 새로운 조직 설립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고 의사결정구조가 복잡해지는 등 부작용이 있지만, 지주사간 유기적 협조 체제에 따른 이익을 노려 추진해 온 것인데 정보 공유를 빼면 뭐가 남나"라며 "과거에는 정부가 금융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독려해 놓고, 사고를 이유로 퇴행한다면 굳이 지주사 체제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금융지주사 계열사간 정보 공유는 회사의 마케팅 뿐만 아니라, 더욱 폭넓은 정보를 기반으로 고객에 맞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순기능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법 개정보다는 계열사간 정보 공유 프로세스를 개선하거나, 개인에게 자신의 정보 공유 사실을 직접 통지하는 내용 등의 간접적인 방안을 새로운 제도 개선 대안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법 개정을 논하기 전에 문제가 된 금융사들의 고객정보 보호 시스템의 미비점 및 직원 내부통제의 허점 등을 가려내는 게 먼저"라며 "개선 조치에 법 개정이 포함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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