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재발급 요구 이틀째 빗발(종합)
정보유출 고객 확인이 시작된 후 두 번 째 영업일을 맞은 21일 서울 시내 한 KB국민은행 지점 영업장. 영업시작 10여 분 전부터 영하의 날씨를 무릅쓰고 객장 앞에 대기하던 대 여섯 명의 고객들은 은행 문이 열림과 동시에 카드 재발급을 신청하러 쏜살같이 객장 안을 향했다.
이 영업장에선 영업시간이 시작된 지 10분이 채 안 돼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해 카드를 재발급 받거나 해지하려는 고객들 20명 가까이가 객장을 메웠다. 은행은 예금과 대출로 나눠서 운영하던 창구를 모두 카드 재발급 등 관련 조치에 할애했지만 대기인수는 시간이 감에 따라 점점 늘어났다.
6개의 창구가 있는 이 객장엔 10분 만에 대기인수가 30명을 가리켰다. 20분 40명을 육박하던 대기인수는 30분이 되자 50명을 넘어섰다. 카드 재발급에 1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대기시간이 1시간 반을 훌쩍 넘는 셈이다.
카드 재발급을 위해 객장을 찾은 문 모씨(39세)는 "콜센터가 계속 먹통이 돼 객장을 직접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며 "자동갱신처럼 재발급 방식이 더 쉬워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업무 시간 중 잠깐 짬을 내 인근 영업점을 찾았다는 정 모씨(32세)는 "대기인수를 보니 재발급 신청을 할 엄두가 안 난다"며 발길을 돌렸다.
재발급을 받으러 왔다가 은행원의 '설득'에 다시 돌아간 경우도 있었다. 최 모(50세)씨는 "재발급하러 왔다가 수령이 기약 없다는 이야기 듣고 그냥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평소 카드 재발급엔 3~4일이 걸리지만 현재 신청이 워낙 몰려 있는 상태라 언제 수령할 수 있는지를 확실히 말하기 어렵다"며 "설 이전에 수령 가능하다고도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인근 NH농협 영업점에서도 유사한 풍경이 펼쳐졌다. 10여 개의 창구를 풀가동하고 있었으나 카드 재발급 대기시간에 최소 30분이 소요됐다.
농협 관계자는 "카드 인증코드(CVC) 유출이 안 돼 2차 피해 가능성이 낮다"며 "만약 2차 피해가 발생한다면 백퍼센트 피해보상을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객장을 방문한 한 모씨(42세)는 "불안감 때문에 카드를 해지했다"며 "정보유출에 휘말리지 않은 회사의 카드도 있어 다른 카드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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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급 및 해지를 요구하는 카드사 고객들의 발걸음은 오후에도 이어졌다. 롯데백화점 본점 내 롯데카드 매장은 이날 오후 '정지·해약 고객 11시 이후 번호표를 뽑은 고객은 대기 시간이 7시간 이상 소요되니 안내 직원에게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주면 3일 이내 연락드려 해지나 재발급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피켓을 게시했다. 영업시간을 8시로 연장했지만 수백 명의 대기자들 탓에 당일 처리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2시 이후 도착한 고객들은 번호표도 뽑을 수 없었다.
이날 롯데카드 재발급을 신청한 김남현씨(60세, 대학교수)는 "유출된 정보내용을 확인하고 충격 받아 카드 재발급을 결정하게 됐다"며 "카드사들이 영업에 기울이는 노력에 비해 고객정보 보호에 소홀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내내 국민카드(1588-1688), 롯데카드(1588-8100), 농협카드(1644-4199) 등 카드 재발급 신청이 가능한 콜센터는 전화 량이 폭주해 통화가 불가능했다.
국민카드는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현재 자사 대표번호와 정보유출피해예방센터(1899-2900)가 전화인입 폭주에 따른 통신사 망 과부하로 연결이 잘 되지 않고 있다"고 사과문을 게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