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CEO 해임하겠다더니, 면죄부를···

[기자수첩]CEO 해임하겠다더니, 면죄부를···

권화순 기자
2014.02.13 08:15

"금융당국 스스로 보험사 CEO에 면죄부를 준거 아닌가요?"

TM(텔레마케팅) 영업재개와 관련해 '오락가락'식 대책이 도마위에 올랐다. 금융당국이 너무 서두르다 보니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CEO확약서' 제출 건이다.

금융당국은 11일까지 보험사 CEO(최고경영자)에게 확약서를 받았다. 고객정보가 적법하다는 CEO 확약서를 당국에 제출한 보험사는 오는 14일부터 전화영업을 다시 할 수 있게 된다.

만약 '확약서'를 제출한 보험사에서 고객정보 위법성이 발견될 경우 CEO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게 당국의 의지다. 해임 등 중징계까지 거론이 됐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보험사에 전달한 CEO확약서 양식이 세 번(4일, 6일, 11일)이나 바뀌면서 의미가 크게 후퇴했다.

금융당국이 지난 4일 보험사에 전달한 확약서에는 '대상자 정보 중에 적법하지 않은 사항이 추후 발견되면 그 책임을 질 것을 확약 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CEO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지난 11일 다시 전달한 최종안에는 '책임'이란 문구가 빠졌다. 대신 '대상자 정보 및 그 활용에 있어 적법한 절차를 준수할 것을 확약한다'는 문구로 대폭 수정했다. '준수'라는 단어가 들어가면서 초안보다 '수위'가 크게 낮아진 셈이다.

또 보험사 감사에게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대표이사 서명과 별도로 감사의 서명도 요구했는데, 이 역시 최종안에서는 삭제 됐다. 일각에서는 금감원 출신의 보험사 감사들이 당국의 무리한 요구에 반발하자 감사 서명란을 뺐다는 얘기도 나왔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TM영업과 관련해서 당국의 지침이 오락가락했는데 확약서 역시 세번이나 바뀌면서 혼란스러웠다"면서 "초반에는 소위가 엄청 셌는데 갈수록 확약서 문구가 완화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객정보에 문제가 있다면 그에 다른 법적인 처벌을 받으면 되는데, 어떤 법적인 근거로 CEO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인지 반발도 거셌다. 특히 한국의 '관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계 보험사 CEO들이 크게 반발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금융당국의 '오락가락' 행정지도로 혼란만 가중된 셈이다. 고객 개인정보 보호라는 명분도 퇴색됐다. 당국이 무리수를 둔 탓에 도리어 금융사 CEO에 '면죄부'를 준 꼴이 됐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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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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