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사물인터넷이 가야할 길

[광화문] 사물인터넷이 가야할 길

오동희 산업1부 부장(재계팀장)
2014.02.19 06:30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의 미래 가능성이 연일 화제다. 지난 17일 미래창조과학부 업무보고를 받은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관련 종목들의 주가도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하는 등 자본시장이 벌써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과거 닷컴열풍 이후 거품붕괴나 바이오열풍의 휩쓸림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사물인터넷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이를 토대로 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시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높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사물인터넷을 위한 RFID(전자태그)칩과 센서를 부착한 시스템이 현재 전세계에 약 100억개 있다고 한다. 언뜻 많아 보이지만 전세계 단말기 1조5000억개의 0.7%에 불과한 수준이다. 아직 사물인터넷으로 연결 가능한 단말기가 99.3%나 존재한다는 의미로 잠재시장은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다.

 시장조사업체들도 사물인터넷시장이 앞으로 10년간 19조달러(약 2경원) 규모의 신세계를 열 것이란 희망을 전한다.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사물인터넷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인간의 삶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현재 사물인터넷은 '센서+네트워크+클라우드컴퓨팅' 등 3요소의 결합을 통해 사물에서 일어나는 일을 분석하고 대응하는 초기단계다. 각종 사물에 센서를 붙이고 이를 스마트폰이라는 개인기기들을 통해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이 빅데이터를 클라우드컴퓨팅을 통해 '부가가치화'하는 식이다.

 사물인터넷의 미래는 인간의 오감을 얼마나 좇아가느냐에 있다. 현재 단순히 센서가 온도나 습도, 물체의 거리를 체크하는 수준을 넘어 보고(시각) 듣고(청각) 만지고(촉각) 맛보고(미각) 냄새를 맡는(후각) 오감에 얼마나 가까이 접근하느냐가 사물인터넷이 궁극적으로 도달하려는 지향점이다.

 문제는 ICT(정보통신기술)가 범접하기에는 인간이 그렇게 녹록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침입과 복제'라는 가장 단순한 정보를 가진 바이러스조차 우리가 정복하긴 쉽지 않다. 바이러스 하나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는 대략 1만비트(영문서적 1쪽)며, 박테리아는 100만비트(책 100쪽 분량)를, 단세포생물인 아메바는 4억비트(500쪽 분량 책 80권)의 정보를 세포에 담았다.

 사물인터넷이 닮아가려는 인간은 어떠할까. 인간의 세포 하나에는 책 1000권 분량인 50억비트의 정보가 담겨 있고, 이런 세포가 우리 몸에는 100조개가량 있다.

 또 온몸의 기관과 뇌를 연결해주는 신경세포인 뉴런은 전기회로에 의해 반도체처럼 전기적·화학적 신호를 켰다가 껐다가 하는 형태로 우리 몸의 데이터를 처리한다. 뉴런은 우리 몸 속에 1000억개가량 있고, 하나의 뉴런은 수천 개의 이웃 뉴런과 연결돼 100조개가량의 네트워크를 이룬다.

 사물인터넷은 인간의 오감과 유사한 센서와 뉴런의 기능을 하는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받은 수십억비트의 데이터를 1.5kg의 작은 두뇌에서 처리하는 클라우드컴퓨팅의 축소판이다.

 단순히 센서와 유·무선통신의 연결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가 사물인터넷 시대의 헤게모니를 쥐는 열쇠다. 인간 두뇌에 대한 연구와 인간의 무한성과 모호성에 대한 연구가 사물인터넷의 첫 걸음이다. 그동안 해온 인간 뇌에 대한 연구와 행동에 대한 연구, 인간 자신에 대한 탐구의 결과물들을 이제는 산업에 접목할 시점이 도래했다.

 궁극에는 인간의 오감범위를 넘어 육감(Sixth Sense)까지 사물인터넷이 접근할 수 있는 날이 도래하면 인류는 또 다른 진화의 문 앞에 서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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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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