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호씨 지분 추가담보여력 3000억 확인, 채권단 "약속이행 위해 내놔라" vs 동부 "억울, 용납 못해"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동부그룹이 채권단과 갈등 탓에 올해 재무구조개선약정조차 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 김남호씨가 보유한 금융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라는 요구를 동부가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김씨 지분의 추가담보여력이 3000억원에 달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내놓지 않아 동부 일가의 진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동부그룹은 채권단이 일방적으로 매각을 추진하다가 여의치 않자 오너의 핵심 지분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여기에 최대 매물인 동부인천스틸(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패키지 매각도 난항에 빠져 동부그룹 구조조정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16일 금융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4년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14개 대기업계열 중 13곳이 산업, 우리은행 등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을 끝냈다.
단 한 곳 동부그룹만 남았다. 자구안에 작년 말 구조조정계획 발표 당시 약속했던 898억원 규모의 동부제철 유상증자 방안을 넣는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채권단은 지난 4월 동부에 1400억원을 지원해줄 때 담보로 받은 김준기 회장의 지분과 자택 등 사재를 돌려줄 테니 이를 바탕으로 유증을 실시하라고 요구한다.
대신 장남 김씨의 동부화재와 동부증권 지분을 담보로 내놓으라는 조건이다. 김씨는 동부화재 지분 13.29%(3월말 기준) 등을 보유하며 동부그룹 금융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일단 김씨 지분의 추가 담보여력은 충분하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김씨가 하나, 우리, 외환은행, 대신증권 등에서 이미 지분담보대출을 받은 것을 제외하더라도 약 3000억원(시가기준)의 추가 담보가 가능하다.
은행에서 정규담보로 평가받을 수 있는 대용가(시가에서 일정 비율을 할인한 가격)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1700억원의 담보여력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동부화재의 주가상승과 김씨의 일부 대출 상환 등으로 추가 담보여력이 최근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독자들의 PICK!
금융권에서는 추가 담보가 가능한데도 제공하지 않고 버티는 행태는 경영권에 대한 집착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지난 연말 이후 기존 여신 만기연장을 포함해 1조원 이상 지원하는 등 계속 도와주고 있는데, 오너는 자식의 경영권을 지켜주기 위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자칫 그룹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동부그룹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계열사 매각방식 등을 채권단이 원하는 방법대로 밀어붙이다가 차질이 생기자 책임을 기업에 떠넘긴다는 주장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제철 인천공장 패키지만 해도 경쟁 입찰과 개별매각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묵살 당했다"며 "자산 매각절차만 제대로 진행됐어도 자금이 조기에 들어왔고 상황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의 책임은 외면한 채 지배구조의 핵심인 동부화재 지분까지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얘기다.
한편 인천공장 패키지 매수예정자인 포스코는 여전히 인수가도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이번 매각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딜이 깨질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