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감원, 금융산업 보호자 역할은 잊었나

[기자수첩]금감원, 금융산업 보호자 역할은 잊었나

변휘 기자
2014.06.19 15:15

최근 금융권 안팎에선 한숨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금융회사 200여명의 임직원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무더기 징계를 사전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 회장과 KB국민은행장 등 최고경영자(CEO)들의 징계 수위 및 거취가 최대 관심사지만, 징계 대상에 포함된 일반 직원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오는 26일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를 통해 징계 수위가 최종 확정되는데, 소명을 준비하는 절차도 만만치 않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할 말 많은 임원들은 제제심의위에 앞서 금감원의 눈치를 봐야 하고, 법률 지원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직원들은 모든 걸 '알아서' 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제재심의위가 금융인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것이다. 중징계를 앞둔 임원들은 언론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억울하다고 말할 수조차 없다. 징계가 최종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감원의 심기를 건드리면 '괘씸죄'로 징계가 무거워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반 직원들이 충분한 소명 기회가 얻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제재심의위 하루 동안 200여명의 소명을 모두 청취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빠듯하다. 특히 일부 CEO들에게 관심이 쏠리면, 나머지 크고 작은 사안으로 징계를 받은 금융인들의 소명은 형식적으로 흘러갈 공산이 있다. 금융인으로서 미래가 걸린 심판대에서 이들은 무기력할 뿐이다.

만일 억울한 징계가 확정돼 행정소송 등으로 불복에 나서려 해도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법정에서 최종 '무죄' 심판을 받더라도, 금융당국에 맞선 괘씸죄는 남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억울하더라도 수년 후 재취업할 때 금융당국의 견제를 피할 요령이라면 "조금 참는 게 낫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200여명의 금융인들은 제재심의위의 짧은 소명 외에는 금융인으로서의 명예와 직장을 지키기 위한 어떤 버팀목도 가질 수 없다. 금감원의 최초 징계 결정이 명확한 사실에 근거해 공정하게 내려져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번 무더기 징계에 대해선 적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금감원이 자의적으로 대상을 넓히고 수위를 높여 '사상 최대 규모의' 징계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많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징계로 자신들의 존재 근거를 과시하면 안 된다"며 "금융산업의 감독자·심판자 역할과 함께 보호자의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은 잊어버린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금감원이 이 같은 충고를 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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