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환율 하락을 우려하는 이유

[기자수첩]환율 하락을 우려하는 이유

권다희 기자
2014.06.29 16:35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는 게 어떤점에서 우려가 되죠?" 한 외환 트레이더와 대화 도중 되돌아온 질문이다. '심리적 지지선'이 차례로 무너지면서 환율 1000원선 붕괴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신문지상에 한창 오르내리던 무렵이었다. 대화 도중 무의식적으로 환율 하락 '우려'라는 표현을 자꾸 쓰자 트레이더는 되물었다. 환율 하락을 우려한다고 하는데 누구에게, 어떤 점에서 우려되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맥락에서였다.

달러 당 원 환율은 올해 들어 생각보다 빠르게 떨어졌다. 무너지지 않을 거 같던 숫자들이 차례로 깨졌다. 오랫동안 유지될 거 같던 1080이 깨지자, 1050, 1030원도 차례로 무너졌고 이제는 1010원대로 진입했다. 외환시장 변동성은 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숫자가 주는 힘이 컸기에 환율은 최근 두어달간 다시 주요 이슈로 부각됐다. 그리고 환율 하락으로 수출기업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신문지상을 뒤덮었다. 환율 하락 우려는 당국의 환율 하락 방어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환컨설팅 담당자는 환 리스크를 꽤 잘 해오던 기업들도 지지선이 무너지자 당황했다고 전한다. 1050원 근처서 반등을 기다리면서 선물환 계약 타이밍을 놓쳐버린 기업들이 많다는 것. 영업계획을 세울 때 정한 마지노선 환율이 깨지면서 대책없이 외화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도 상당하다고 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 하락=우리 경제에 악재'라는 도식은 좀 더 세밀히 뜯어 볼 필요가 있다. 지극히 교과서적이긴 하지만 우리 경제의 어떤 부분에는 환율 하락이 달갑잖은 상황이어도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 내수 측면에선 구매력이 높아진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발행을 통한 환율 하락 방어도 '공짜'가 아니다. 그리고 어느 국가의 펀더멘털이 개선될 때 해당 국가의 화폐가치가 절상되는 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물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서 환율 하락을 용인하는 건 아직 배부른 소리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수출업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므로 환율 하락은 위험하다'는 명제가 '공리(公理)'가 아니라면, 적어도 환율 방어의 기회비용을 고려하는 균형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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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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