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KB국민은행장이 3일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 출석했다. 지난달 26일에 이어 두 번째다. 첫 번째 제재심의위 당시와 마찬가지로 금감원 앞에는 취재진이 대거 몰렸다. 이 행장은 "지난번과 다를 것이 뭐 있냐", "열심히 소명하겠다", "지금은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르면 이달 말, 늦으면 다음달 제재심의위의 최종 결론이 내려질 때도 다시 한 번 반복돼야 할 풍경이다.
저성장·저금리를 비롯해 각종 나쁜 경영환경 속에 놓여 있는 시중은행의 수장이 하반기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에 매주 감독당국에 불려 나와 취재진 앞에 서는 것은, 국내 대표은행의 앞날에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KB의 '난국'은 비단 은행만의 일은 아니다. 국민은행의 주 전산기 교체 논란을 둘러싸고 주변에서 끊임없이 지주와 은행간 '불화설'을 부추기고 있는데다, 이 행장과 마찬가지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마저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사전 통보 받았다. 임 회장도 소명을 위해 첫 제재심의위에 출석해야만 했다.
만약 두 CEO의 징계수위가 '중징계'로 확정된다면 KB금융그룹으로선 최악의 국면을 맞는다. 이제 막 뿌리를 내리던 임 회장의 '시우(時雨)금융'과 이 행장의 '스토리금융'은 꽃도 피기 전에 사장될게 분명하다. 중징계 땐 비단 두 사람만 물러나는게 아니다. 임직원들의 물갈이가 뒤따르면서 KB금융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KB금융의 일선 직원들은 '최악'의 상황을 두려워한다.
물론 징계 수위가 경징계로 낮아져 두 사람이 자리를 보전한다 해도 넘어야 할 산은 높다. 주 전산기 교체 논란과 관련해 두 CEO가 "회장·행장의 갈등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아도, 주변에서는 끊임없이 갈등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국민은행은 고질병을 갖고 있다. 국민·주택은행의 합병 전 출신을 의미하는 채널 갈등이 바로 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변의 '불화설'에 편승해 지주와 은행 간 '편 가르기'마저 현실화한다면 KB금융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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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스스로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충분한 소명으로 합리적인 평결을 받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조직의 분열을 미리 봉합하는 것도 두 CEO에겐 중요한 책무다. 자신들의 주장처럼 '불화설'이 왜곡된 것이라면 두 CEO는 이제 '오해'를 풀기 위해 함께 나서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