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리더의 힘

[기자수첩]리더의 힘

정현수 기자
2015.01.05 16:14

지난 2013년 크리스마스로 기억한다.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유독 피곤한 목소리로 기자와 전화통화를 했다. 기자는 전날 우리투자증권 인수후보로 농협금융이 최종 선정된데 따른 소감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임 회장은 피곤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일정과 계획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며칠 후 임 회장이 유독 피곤해했던 이유를 듣게 됐다. 12월24일 우투증권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임 회장은 밤을 새워 인사명단을 직접 챙겼다. 당시 농협금융의 최대현안이었던 우투증권 인수를 앞두고 내부 인사도 차일피일 미뤄졌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인사까지 마무리한 뒤 크리스마스 오후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고 한다. 1년 6개월째 농협금융을 이끌고 있는 임 회장의 성향을 잘 보여주는 일화다.

지난 2013년 6월 임 회장이 취임할 때만 하더라도 농협금융의 지배구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임 회장이 농협금융의 지배구조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며 자진사퇴한데다 농협금융 대내외적으로 사건사고도 많았다. 전임 회장은 농협금융의 지배구조를 두고 그 유명한 "제갈공명이 와도 안될 것"이라는 어록을 남겼다.

하지만 임 회장은 성과로 농협금융을 변모시켰다. 우투증권을 성공적으로 인수했고, 최근에는 자산운용 부문을 강화하며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했다. 새해 들어서도 5일 광화문에 은행·증권 복합점포를 설립하며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새해 첫 공식일정도 농협금융의 복합점포 개점식이었다. 그동안 굼뜨고 어리숙한 행보를 보였던 농협금융이 이제 금융권을 선도하는 위치로 올라선 것이다.

임 회장의 임기는 이제 6개월 남았다. 벌써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기자가 만난 모든 농협금융 직원들은 임 회장의 연임을 바란다. 직원들이 진심을 담아 리더의 연임을 바라는 것은 흔치 않다. 리더의 힘이다.

마침 5일에는 금융권의 모든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인 '범금융권 신년인사회'가 열렸다. 이 중 은행장들은 상당수 새얼굴이었다. 그만큼 금융권 리더가 많이 바뀌었다. 이들이 내년 신년인사회에는 어떤 리더가 돼서 등장할지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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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 정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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