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전에도 연말정산 결제금액이 누락됐지만 모르고 지나간 일이 없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카드업계 관계자)
카드업계가 연말정산 후폭풍을 호되게 겪고 있다. 이미 연말정산을 마친 직장인들이 많은데 일부 카드사에서 오류가 발견돼 추가로 서류를 내야 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금액은 건당 몇 백 원에서 몇 천 원 수준으로 크지 않지만 늘어난 세 부담으로 이미 연말정산에 뿔난 민심에 불을 지른 격이 됐다.
가장 문제가 된 건 지난해부터 추가공제 대상에 포함된 대중교통과 전통시장 사용분이다. 일부 카드사가 추가 공제가 가능한 사용내역을 일반 신용카드 사용액에 그대로 포함시킨 것이다. 삼성·하나·BC카드 3사는 총 274만명, 약 1000억원 규모의 대중교통 사용분을 누락했고, 신한카드는 640여명, 2400만원 가량의 전통시장 사용분이 누락됐다. 추가 공제를 받으려면 번거롭더라도 서류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카드업계와 국세청 간 '네탓' 공방도 벌어졌다. 국세청의 가이드라인이 애매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카드사의 정산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비판도 있다.
카드사들은 매년 국세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고객의 카드 사용내역을 분류한다. 가맹점 관리나 분류는 각 카드사가 자율적으로 하다 보니 오류 가능성도 뒤따른다. "언제고 터질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요한 건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언제든 같은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직 국세청 관계자는 "시스템을 손봐야 하는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관리"라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카드사가 서류를 덜 내도 국세청이 이를 일일이 확인하기가 어렵고, 결국 납세자가 발견해야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연말정산은 한때 '13월의 월급'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토해내지만 않아도 다행"이라는 말이 나온다. 내년부터는 세액공제가 확대되면서 공제를 받기 위한 문턱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피해를 입은 고객들에 대한 보상도 중요하지만 재발 방지가 더 시급한 이유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는 다른 금융사와는 달리 고객과의 사이에 가맹점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가맹점 주소 변경이나 폐업 시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 기회에 연말정산과 관련된 제도와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을 비롯한 각각의 원천징수 의무자들과 국세청이 실시간으로 가맹점과 정산 내역을 점검할 수 있는 '필터링 시스템'을 갖추지 않는다면 내년 연말정산도 지뢰밭길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