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수수료 0%' 공공페이 비결은…은행 '팔 비틀기'

[MT리포트]'수수료 0%' 공공페이 비결은…은행 '팔 비틀기'

변휘 기자
2018.07.25 18:33

[공공페이 첫 발]11개 은행 연간 약 763억원 이체수수료 '포기'

서울페이에 참여하는 11개 은행이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체 수수료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협의'의 결과라고 말했지만, 금융권에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은행의 팔을 비튼'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25일 소상공인의 결제수수료를 '0원'으로 하는 '서울페이' 서비스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11개 은행이 결제플랫폼사업자(네이버·카카오페이 등)으로부터 수수했던 계좌이체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행사에 참석한 위성호 신한은행장도 "소상공인의 어려움에 대한 공감대 아래 수수료를 무료로 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기존의 신용카드 결제가 카드 거래 승인·중계 및 단말기 설치 등을 담당하는 밴(VAN)사, PG(전자결제대행)사, 카드사가 수수료를 나눠 갖는 방식이라면, 서울페이의 경우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가맹점 QR코드를 찍으면 고객 은행 계좌에서 소상공인 계좌로 현금이 곧바로 이체된다. VAN사·PG사·카드사 3단계가, 결제플랫폼(QR코드 결제서비스)사업자·은행 2단계로 줄어드는 셈이다.

결제 단계 축소만으로는 수수료 0%가 불가능하다. 두 단계의 결제플랫폼사업자와 은행들이 모두 발생하는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서울시와 '협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결제플랫폼사업자들은 수수료가 없는 제로페이를 계기로 사용자 확대를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수수료 면제의 이유가 존재한다. 2015년 이후 각종 '페이' 서비스가 난립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결제서비스 점유율의 83.7%(신용·체크·직불카드 70.1%, 현금 13.6%)가 카드 기반 결제와 현금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서울페이 등 각 지자체의 제로페이가 활성화되면 사업기반이 확대될 수 있다는 노림수다.

반면 은행들이 '흔쾌히' 수수료 면제에 동참할 이유는 찾기 어렵다. 우선 계좌이체 과정에서 금융회사의 전산시스템을 이용함에 따라 부과되는 펌뱅킹 수수료를 포기하게 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페이에 참여하는 11개 은행은 송금·입금 과정에서 건당 약 200~300원의 수수료를 수취하고 있으며, 이를 서울시 66만 자영업자에게 무료료 제공할 경우 은행들은 월간 약 64억원. 연간 약 763억원의 수수료를 포기할 것으로 추산된다.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주요 금융그룹들이 은행과 카드사를 모두 자회사로 둔 상황에서 수수료 0원으로 인해 서울페이가 활성화될 경우 '큰아들'(은행)이 '작은아들'(카드사)의 위축에 조력하는 셈이 된다. 금융그룹 입장에서 보면 은행은 수수료를 까먹고, 카드사는 영업 기반을 내주는 '이중고'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울페이의 수수료 0원은 정부와 지자체의 광고처럼 대단한 핀테크 기술의 결과가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의 압박 때문에 은행들이 합당하게 받아야 할 수수료를 울며겨자먹기로 포기한 결과"라며 "돈을 많이 버는 금융회사가 자영업자들에게 서비스하라는 것인데 소상공인 부담 경감이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사실상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해 무료 서비스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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