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銀 법인 달러예금 524억弗
은행권 소집해 수급동향 점검
시장교란 행위 엄정 대응 경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금융·외환당국이 은행들을 소집하고 나섰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모양새다. 달러예금이 빠르게 늘며 환율상승을 압박하지만 은행권의 의지보다는 기업들이 환차익 기대에 달러를 시장에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은행의 법인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5일 기준 524억42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과 비교해 5영업일 만에 10억2200만달러(약 1조5700억원), 3월 말과 견줘서는 58억3200만달러(약 8조9300억원) 증가했다.
달러예금이 늘어나는 이유는 수출기업들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그대로 예금으로 이전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부 수입기업도 환율의 추가 상승을 예상, 수입 결제대금을 확보하기 위해 원화를 환전하려는 수요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당국은 기업들의 달러선호 수요가 환율상승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날 오후 재정경제부·한국은행 등 외환당국과 함께 은행권을 만나 외환시장 동향을 점검했다.

다만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환율을 관리하기 위한 마땅한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기업들의 자율적인 달러예금 수요를 차단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외화의 유동성을 직접 다루지 않고 금융사의 외화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 등 건전성만을 담당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날 재경부에서 주관한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전파하기 위해 은행권을 모았다"며 "재경부나 한국은행이 외국환거래법에 따라서 필요한 협조사항을 은행권에 전달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외환당국은 외국환 취급기관인 금융사들이 시장을 교란하는 경우 한은과 금감원의 검사결과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들이 외국환을 주고받을 때 거래하는 환율을 조작하는 경우 처벌하겠다는 취지지만 은행권에서는 이같은 환율조작은 전무하다고 보고 있다.
외환당국이 외국환거래법상 '통첩'을 활용해 금융사에 추가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통첩은 법률이나 시행령에 앞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할 경우 사용하는 수단으로 통첩으로 조치를 취한 뒤 시행령이나 법률 등에 반영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그만큼 시장에 적극적이고 빠르게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위기를 겪은 경험 때문에 외국환거래법은 금융관련 법령 중 가장 강력한 편"이라며 "통첩을 활용하면 은행의 달러예금 금리나 개별 상품에 개입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