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 심의위원회 구성해 선정-기존 신한·우리은행 수성 여부 관심
48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관리하는 '서울시 금고지기' 자리를 놓고 은행들이 '빅매치'를 벌인다. 서울시 1금고를 맡고 있는 신한은행이 '수성(守城)'을 선언한 가운데 우리, 국민, 하나, NH농협 등 다른 주요 은행들이 경쟁입찰에 뛰어들 태세다.
서울시는 시민 이용 편의성 측면에서 은행 점포 및 현금자동인출기(ATM)수와 녹색금융 이행실적 평가항목을 신설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한 경쟁입찰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다음 달 중 시금고 은행을 선정하기 위한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시금고 은행을 결정할 방침이다. 최종 시금고 약정 체결은 5월 중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 서울시 금고를 운영하는 은행은 두 군데다. 1금고(일반 및 특별회계)는 신한은행이, 2금고(기금)는 우리은행이 관리한다. 1915년 경성부 금고 시절부터 2018년까지 104년간 우리은행이 서울시 금고를 독점으로 맡았다. 그러나 서울시가 2018년 시금고 선정을 앞두고 단일금고 체제를 복수금고 체제로 개편하면서 신한은행이 우리은행 독점 체제를 깨고 1금고 사업자로 선정됐다.
서울시 금고로 선정된 은행은 오는 2023년부터 2026년까지 4년 동안 서울시 예산은 물론 기금 등을 관리하고 각종 세금 수납과 세출금 지급을 총괄하게 된다. 유가증권의 출납·보관, 유휴자금의 보관·관리 등도 맡는다. 서울시의 올해 총예산(일반회계+특별회계)은 약 44조2000억원이며, 기금은 약 3조5000억원으로 연간 관리하는 돈만 약 47조7000억원에 달한다. 서울시 예산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경쟁이 펼쳐질 이번 시금고 선정의 평가항목 및 배점기준에 대한 관심도 크다. 우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석탄 투자 선언 여부 및 이행실적 등 녹색금융 이행실적이 신설됐다. 금융기관의 △탈석탄 투자 선언 및 이행 실적 △국제 녹색금융 이니셔티브 가입 여부 등을 비교·평가한 후 금융기관별 순위에 따라 점수를 부여한다.
서울시 측은 "기후위기 대응 정책 참여 유도를 위한 사회적 책임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후위기에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4944t에서 2026년 3461t으로 30% 감축하겠다"고 지난 1월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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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이용 편의성 항목에서 기존 은행 지점 수에 무인점포 수, ATM 설치 대수도 새로 평가한다.
서울시민의 금융거래와 지방세를 편리하게 납부할 수 있도록 무인점포 및 ATM 설치 수를 기준으로 비교·평가한 후 금융기관별 순위에 따라 점수를 부여한다. 비대면 금융거래 확대 추세에 시민들이 얼마나 편리하게 은행을 이용할 수 있는지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2020년까지 폐쇄된 국내 은행 점포는 총 1275개로 집계됐다. 시도별로는 서울이 515개(40.4%)로 가장 많았다.
다른 주요 평가항목은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 △서울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 금리 △금고업무 관리능력 △지역사회 기여 및 서울시와의 협력사업 등이다. 서울시는 세부적으로 협력사업 계획 배점을 기존 4점에서 2점으로 낮췄다. 은행들 간의 출혈경쟁을 막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2018년 서울시금고 유치 과정에서 출연금을 과다하게 지급하고, 이를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기관경고' 중징계와 약 2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대신 금리 배점은 18점에서 20점으로 높아져 각 은행이 최고 수준의 금리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세입세출업무 자금관리능력, 수납시스템 구축 및 운영 능력 등의 배점도 25점에서 28점으로 상향 조정됐다. 서울시 측은 "서울시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우수한 관리능력을 갖춘 은행을 선정할 것"이라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로 서울시정 신뢰도를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서울시금고는 전국 지자체 중 가장 큰 규모인 서울시의 예산 관리와 세금 관련 업무를 맡게 되고 산하기관 등과의 각종 제휴 사업도 가능하다"면서 "차기 시금고 선정에 각 은행은 자신들만의 능력을 높게 평가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