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그룹이 EU(유럽연합)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불허 방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 23일 EU를 상대로 지난 1월 결정을 재고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초 EU 집행위원회는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을 불허했다.
현대중공업은 당초 EU 결정이 나오자 하루만인 지난 1월 14일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을 통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기업결합 신고를 자진 철회했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 매각자 측인 KDB산업은행과 매매 계약을 맺으면서 해외 경쟁당국 6곳 승인을 계약이행의 전제조건으로 삼았다. 그런데 선박 발주처가 다량 포진한 EU가 이 합병을 반대하자 일단 실무적으로는 인수작업을 철회한 셈이다.
하지만 대우조선 매각 측인 KDB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은 이에 대해 1월 2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EU는 자국 소비자, LNG(액화천연가스) 선주의 가스 가격 및 선가 인상을 걱정해 합병을 막은 것 같다"며 EU의 자국이기주의적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회장은 이어 "대한민국이 EU 결정대로 따라가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며 "현대중공업이 EU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합병 불승인 취소 소송을 세게 제기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EU의 불승인 이후 내부적으로 소송을 검토하면서도 즉각적인 대응은 자제해왔다. EU 이슈와는 별개로 국내외 주변 정세가 급변해왔기 때문이다. 국내적으로는 4월에 대선이 치러졌고, 국외에서는 전쟁이 발발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개전 이후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급등하면서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 조짐이 발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일단 전쟁 인접국 연합인 EU를 자극하지는 않는 형식의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해배상 소송이 아니라 EU의 지난 결정 근거가 산업 내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논리를 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시장의 지배력을 단순 점유율만으로 평가한 EU공정위의 결정은 비합리적이라고 판단되며, 이를 EU법원을 통해 판단 받아보고자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이 이끄는 이 그룹은 EU에 대한 소송을 통해 국내 차기 정부에 대한 메시지를 보내는 효과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 시절 대우조선 매각에 대해 조선업과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정도의 입장을 밝혔다. 핵심 관계자는 "정부와 산은이 지역주민 뜻과 다른 일방적인 M&A를 추진했다"며 "윤 당선인이 절차를 제대로 밟겠단 언급을 했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런 새 정부의 입장에 대해 대우조선 인수 우선권은 자신들에게 있다는 취지의 어필을 소송으로 한 것이라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