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저신용자 보루? 깐깐 규제로 밀려난 고신용자 차지

2금융권, 저신용자 보루? 깐깐 규제로 밀려난 고신용자 차지

박광범 기자
2022.09.03 08:10

[MT리포트]불법사금융까지...돈줄 찾는 '대출 난민'②

[편집자주] 한때 돈이 넘쳤다. 싼 돈을 빌리는게 어렵지 않았다. 금리가 올랐다. 돈이 비싸졌다. 물가마저 올랐다. 서민층은 급하지만 돈을 점점 구하기 어려워졌다. 수천% 불법사채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사회 문제까지 우려된다. 돈을 찾는 '대출 난민'을 들여다봤다.

#. 직장인 2년차 심모씨(29)는 최근 '빚' 걱정에 잠을 못 이룬다. 홀어머니 암 수술비와 치료비로 은행과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끌어다 썼는데, 갈수록 높아지는 대출 문턱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월급으로는 감당이 안돼 추가 대출을 받으려 저축은행과 캐피탈사를 찾았지만 "신용점수가 낮아 대출이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심씨는 신용카드 리볼빙으로 빚을 돌려 막았고, 최근에는 사채까지 알아보고 있다.

올해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한 가운데 저축은행과 카드, 보험사,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강화 시행 등 더 깐깐해진 대출 규제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차주들이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은행들의 가계대출 잔액은 1분기 말 대비 1000억원 감소했다. 반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같은 기간 가계대출이 9000억원 증가했다. 보험사와 카드사 등 기타금융기관 가계대출도 9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격차가 더 두드러진다. 은행은 올해 들어 가계대출이 4조6000억원 줄어든 반면, 비은행예금취급기관·기타금융기관 가계대출은 총 5조5000억원 늘었다.

그러나 늘어난 2금융권 대출이 저신용자가 받은 게 아니다.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신용점수 500점 이하 저신용자에 신용대출을 내준 저축은행은 10곳 뿐이다. 1년 전(16곳)보다 약 38%(6곳) 줄었다. 카드사들의 카드론(장기카드대출)도 마찬가지다. 카드사들은 지난 7월 신용점수 500점 이하 저신용자 대상 신규 카드론을 단 한 건도 취급하지 않았다.

저신용자들의 보루였던 2금융권이 이들에 대출을 내주지 않고 있는 건 가계대출 규제가 빡빡해진 영향이란 분석이다. 강화된 개인별 DSR 시행으로 은행 대출 여력이 줄어든 고신용 차주들이 은행보다 DSR이 10%P(포인트) 여유로운 2금융권에서 추가 대출을 받는 경우가 늘면서다.

설상가상 최근 금리 상황도 제2금융권의 저신용자 대출 취급을 어렵게 한다. 지난해 8월부터 7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상으로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평균 정기예금 금리는 연 3.58%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8월 말(2.12%)보다 1.46%P 뛴 것이다. 저축은행은 자금조달 대부분을 예·적금에 의존하고 있는 터라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줄이려면 저신용자에 내주는 대출부터 끊을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법정 최고금리 인하(연 24%→연 20%)로 대출금리 상단이 더 낮아지면서 저신용자들에 대출을 내줄 여력이 더 줄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은행과 수신 경쟁을 펼쳐야 하는 저축은행 업권의 자금 조달이 예전보다 어려워졌다"며 "동시에 최고금리 등 규제로 대출 여력이 떨어지다 보니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신용점수가 높은 고객들 위주로 대출을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은 소액이라도 돈을 빌려주는 곳을 찾아 여기저기를 떠돌고 있다.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의 굴레에 빠진 사람들도 덩달아 늘고 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다중채무자는 492만8262명이다. 코로나19(COVID-19) 발생 직전인 2019년 말 대비 약 46만명(12.1%)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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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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