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금융사 임원에 대한 성과 보수 산정 근거를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관련 공시 제도 개선을 검토한다. 성과급 산정을 위한 지표와 최종 성과급 규모 공시에 더해 성과 평가 근거나 보수 책정 이유 등도 명시하게 하는 안이 거론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 등 금융사의 성과급 체계 점검 과정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개정을 검토할 예정이다. 현행 규정은 금융사가 매년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는데, 공시 항목 가운데 상당수가 자율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공시에서 자율로 돼 있는 항목 중 법규화 필요가 있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 볼 예정"이라며 "일부는 의무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임원 보수 산정 체계에 불투명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 등 5대 금융지주의 2021년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보면, 임원에 대한 성과 측정 지표와 성과 보수 총액은 명시돼 있지만 개별 임원이 특정 평가 기준에서 어떤 점수를 받았는지 등은 공개돼 있지 않다. 임원 보수를 책정하는 '중간' 과정이 빠진 셈이다.
금융회사가 굳이 공시하지 않는 건 성과급 산정 근거와 결정 과정 등을 설명할 의무가 없어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은 금융사가 보수체계에 대해 밝혀야 할 항목을 최소한으로 명시하고 있다. 구체적인 공시 내용이나 방법은 금융사가 속한 협회가 정하도록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성과 평가·보수 책정 기준은 각 금융사의 '영업 기밀'이라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금융사의 임원 성과급 산정 체계가 폐쇄적이라고 지적한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량 지표(재무적 지표)는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아주 많이 제시되지만, 정작 어떤 지표 때문에 임원 누구에게 어느 정도의 성과급을 주는지는 알 수 없다"며 "성과급 산정 기준이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은행들은 임원 성과급 산정에 쓰인 지표가 무엇인지 밝히고 '다른 은행과 비교해 얼마나 잘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성과급을 준다'는 식의 설명을 공시하고 있다. 영국 은행들은 '스코어 카드'를 첨부하기도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주의 알 권리와 감시 권한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오는 22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태스크포스)' 첫 회의를 연다. TF는 은행권 경쟁 촉진·구조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성과급과 퇴직금 등 은행 보수 체계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금리 체계 개선안도 모색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6월 말까지 구체적인 방식을 정하고 발표할 예정이다.